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1월 4일] 펀드 투자 더 안전해야 한다

펀드 투자는 주식투자와 다르다. 주식투자는 고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위험하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경제평론가 박경철씨는 최근 출간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에서 “개인은 직접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돈에는 피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펀드는 안전하면서 은행금리보다 수익률이 높다고 인식돼왔다. 그래서 누구나 투자수 있으며 가능한 한 전국민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었다. 어린이펀드가 인기를 끈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절대 주식투자는 안 한다는 사람들도 펀드에는 가입했다. 주식이 떨어지면 펀드도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이 주가하락보다 펀드 원금이 줄어드는 것에 더욱 가슴 아파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아깝지 않은 돈이야 없겠지만, 펀드에 들어간 돈은 정말 ‘피 같은 돈’이다. 아이들 세뱃돈에다 용돈까지 긁어 모아 펀드에 넣었다가 절반 이상을 날린 부모들은 아이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고 한다. 결혼자금이나 이사자금을 까먹은 사람들은 화병이 날 지경이다. 은행이자보다는 낫다는 말에 솔깃해 노후자금을 날린 어르신들은 눈앞이 캄캄하다 못해 노랗다. 펀드로 골병 들지 않은 집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펀드라는 말만 나와도 혈압이 오르는 투자자들이 많다. 투자자 일부는 이미 시장에서 떠났으며 적지않은 투자자들이 보따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번 떠난 투자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펀드 시장에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W’자형 주가조정이 이뤄질 경우 이번 반등기는 물론 2차 조정기 때 투자자들의 동요가 클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많은 투자자들이 지금은 참고 있지만 어느 정도 손실이 회복되면 환매할 것이라는 말을 드러내놓고 한다. 코스피지수 1,500선이 회복되면 투자자 10명중 4명 이상이 환매할 생각이라는 조사도 나와 있다. 아직은 대량 펀드 환매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또 막상 주가가 오르면 원금 욕심이 나서 환매가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폭락장을 거치면서 투자자들은 펀드가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예전과 같은 펀드의 인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냥 두 손 놓고 펀드 시장이 쪼그라드는 것을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상승장의 원동력이며 폭락장에서 보루 역할을 해온 펀드의 대량환매는 자산운용사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금융시장 불안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꺼져가는 펀드 투자 문화를 살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펀드 투자 되살리기의 핵심은 ‘리스크 줄이기’다. 펀드 투자는 주식투자와 확연히 달라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전해야 한다. 요즘처럼 주식과 펀드의 리스크가 같으면 안 된다. 이래서는 펀드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없다. 우선 반토막 난 펀드를 안고 시장이탈 시기를 저울질하는 투자자들을 붙잡아야 한다. 피부에 와 닿는 펀드 지원정책이 시급하다. 이미 실시된 장기 펀드에 대한 비과세뿐 아니라 한시적인 연말공제, 펀드 수수료 하향 조정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도 펀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불완전판매를 없애야 한다. 정부가 펀드의 위험등급을 매길 방침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아예 법으로 불완전판매 제재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 지난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금융시장이 한숨을 돌렸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번 위기가 달러 유동성 확보라는 이벤트만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최근의 금융상황을 “100년 만의 위기”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환부가 넓고 깊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의 버팀목인 펀드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꺼진 불도 다시 살린다는 불카누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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