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환경 변화와 은행 국제화/윤여봉 한은 외환기획과장(기고)

최근 금융환경이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각국의 금융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는 가운데 우리 금융시장의 대외 개방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한 우리 은행들의 대응노력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국제금융시장 구조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금융의 범세계화(Globalization)와 금융혁신(Financial Innovation)의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금융규제완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을 배경으로 각국 금융시장간 장벽이 무너지고 하나의 지구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금융기관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소위 대경쟁(Mega Competition)시대에 접어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모든 금융기관은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과 취급업무의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금융자유화와 개방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제 국내 금융시장에서 조차도 외국 금융기관과의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외화자금 조달을 국내 은행들에만 의존하던 시대도 지났다. 우량기업의 경우 자체 신용만으로도 국제금융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은행들이 이러한 금융환경 변화속에서 살아 남고 나아가 경쟁우위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제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은행들은 여전히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전통적인 상업금융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금융업무가 외화대출 및 무역거래대금 결제와 관련된 수출환어음 매입 등 특정분야에 편중되어 선진금융기법을 활용한 파생금융상품, 국제팩토링,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업인수·합병(M&A) 주선업무 등의 취급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해외지점이나 현지법인이 크게 늘어나기는 하였으나 이 또한 대부분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이나 우리 교포를 대상으로 한 연고위주의 영업활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제 유수은행과의 경쟁력 격차가 좁혀지기보다는 오히려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은행업무에 대한 각종 제한으로 업무영역의 확대나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 및 취급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은행의 국제화가 아직까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근본 이유는 은행들의 책임경영 마인드와 혁신노력이 부족하였던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은행 국제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되어 있지 않아 중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업무를 개척하고 하부구조를 확충하는데 소홀한 면이 있었다. 이제 우리 은행들은 은행 국제화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국제금융 업무의 확충과 이를 통한 경쟁력 배양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때다. 특히 금융기관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대형화를 통한 외형확장보다는 특정업무를 전문화하는 차별화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국제금융전문인력의 확보도 긴요한 과제다. 국제금융업무는 그 분야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금융혁신이 빠르게 진전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인력의 양성은 물론이고 외부 전문인력의 채용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선진국 은행들의 경우와 같이 업적별 인센티브제도의 도입 또한 우수인력의 확보차원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해외점포기능의 활성화와 함께 현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해외진출기업과 현지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형태에서 벗어나 업무의 다각화를 도모하는 한편 수익성 기준에 의한 과감한 해외점포의 정비도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외국은행 지점들의 경우와 같이 우리도 해외점포 파견직원을 소수정예화하고 현지인력 채용을 확대함으로써 현지 영업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하겠다. 이밖에 외화자금 조달·운용구조의 개선과 함께 자산의 건전성을 제고함으로써 국제신인도를 꾸준히 높여나가는 일이 매우 시급한 과제다. 여기서 금융기관 자산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감독당국의 지도·감독도 강화되어야 하겠으나 이보다는 먼저 금융기관 스스로가 외형확장보다 자산구조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건전경영 기반 확충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불확실성이 높아가는 오늘의 국제금융 환경에서 외부충격에 의한 유동성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산의 건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약력 ▲52년 대전 출생 ▲연세대 경제학과 ▲한은 조사1부,뉴욕사무소 ▲자금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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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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