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말에서 행동으로… 위협 수위 높여가는 북한 벼랑 끝 전술

정전 백지화·통신 단절 이어 백악관 핵공격 카드 동원<br>"못된 입질 계속되면…" 개성공단 폐쇄도 언급

북한의 위협이 나날이 고조됨에 따라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 또한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무력' 노선을 채택한 후 위협 수위가 한층 강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를 더해가는 북의 '벼랑 끝 전술'=북한의 위협 수위는 점점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북한은 2월 3차 핵실험 이후 지난달 5일에는 '정전협정 백지화'를, 8일에는 '남북 불가침 합의 무효'를 선언하며 한반도를 극도의 긴장감으로 몰아넣었다. 이후 핵전쟁 등을 언급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으나 한미 양국의 반응이 미진하자 지난달 27일에는 남북 군통신선을 단절했으며 29일에는 '미사일 사격 대기'를 지시했다.


이후 한미 양국이 합동 군사훈련으로 오히려 동맹관계를 과시하자 코너에 몰린 북한은 이달 3일 '개성공단 출경 통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4일에는 백악관을 직접 겨냥한 핵위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중거리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이동시키는 등 초강경 카드를 연달아 꺼내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점점 한반도 상황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몰아간다"며 "우리 측이 별도 제안을 하지 않으면 더 심한 조치나 발언도 쏟아낼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강경 대응을 자제했던 미국 측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북한 지도부에 대해 도발적 위협을 중단하고 국제의무를 준수함으로써 평화의 길을 선택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면서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영토 및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감시를 위해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SBX-1)'를 서태평양 해역으로 이동시키고 괌에 '고공 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배치할 계획이다.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 또한 이날 워싱턴DC의 국방대 강연에서 북한의 위협을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이라고 규정하며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개성공단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남북관계의 마중물로 불리는 개성공단의 운명 또한 위태위태하다. 북한은 전날 우리 측 인력의 개성공단 진입을 차단한 데 이어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못된 입질을 계속해 시끄럽게 놀아댄다면 우리 근로자들을 전부 철수시키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의 아량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개성공업지구는 파산 전야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이는 5만3,000여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의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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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에는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강제철수를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와 정부 당국자가 급히 해명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우리 기업 몇 곳에 10일까지 통행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내용이 와전된 것으로 북측 행동에 대한 우리 측의 긴장감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범정부 차원에서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고 밝히며 국민들 불안 달래기에 나섰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발(發) 긴장이 고조된 후 매일 아침8시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외교안보수석과 통일비서관ㆍ위기관리비서관을 포함한 국가위기관리 상황실 직원 전부가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개성공단 상황을 파악하고 신변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필요한 사안만 안보실장이 대통령에게 직보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외교ㆍ국방ㆍ통일 등 범정부 차원에서 긴밀한 정보교류와 협조 및 지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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