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


지난 1979년의 미국 스리마일섬(TMI) 원전사고와 1986년의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기기 고장과 운전원의 실수가 동시에 겹쳐 발생된 것이다. 반면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대지진과 초대형 쓰나미라는 자연재해에 의해 발생됐다. 대지진으로 원전의 외부 전력망이 붕괴되고 그 후에 들이닥친 대형 쓰나미로 인해 비상 발전기마저 고장 나 원전의 냉각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면서 사고가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일본의 비등수형(BWR) 원자로의 구조적인 안전성 문제와 사고발생 초기의 대응체계 미숙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원자력 안전성 확보 목청 커져 우리나라의 원전인 가압경수로(PWR)나 가압중수로(PHWR)는 일본의 비등수형 원자로에 비해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 계통과 증기가 만들어지는 증기발생기 계통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 안전성 면에서 유리하다. 또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둘러싼 격납용기도 훨씬 두껍고 튼튼하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 중대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구조적인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는 원전의 중대 사고를 대비해 설비를 계속적으로 개선하고 구체적인 대응 절차서를 마련하는 등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설비 자체의 고장뿐만 아니라 최악의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돼야 하고 사고 발생시의 대응체계와 절차도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은 국내의 원전뿐만 아니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에도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전의 운전과정에서 발생되는데, 운전원들이 사용하던 장갑이나 작업복ㆍ휴지 등과 발전소 유지ㆍ보수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부품 같은 것이다. 이런 종류의 방사성폐기물은 처분 과정에서 압력이 발생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처럼 압력이 증가해 폭발하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또한 모든 구조물은 지표면보다 지하로 깊이 들어갈수록 지진에 대한 저항능력이 우수해지기 때문에 지진 안전성도 원전에 비해 높다. 이번 대지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는 중저준위 방폐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인명피해나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방폐장의 안전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방폐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원전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나 방폐장 역시 방사성 물질을 관리하는 원자력 시설이기 때문에 모든 사고 가능성을 고려해 안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경주에 건설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방폐장은 0.2g(리히터 규모 6.5)에 해당하는 내진설계를 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동굴방식의 방폐장은 내진설계를 하지 않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안전성 강화 차원에서 내진설계를 했다. 또한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의 영향을 고려하여 동굴입구의 지반고를 해발 30m로 높게 잡았다. 국민 신뢰도 함께 담보돼야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이후 방폐장의 건설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방폐장의 안전 확보를 위한 특별점검을 실시해 그 결과를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기술적인 안전성 확보 노력과 함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3월 말에 '한국방사성페기물관리공단'의 본사를 경기도 용인에서 방폐장이 있는 경주로 조기 이전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제 원자력 시설에 대한 진정한 안전성 확보는 기술적인 안전성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심과 신뢰도 함께 담보돼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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