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환은행 '헐값매각'이 남긴 교훈

감사원은 19일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부적절하게 매각됨으로써 사실상 ‘헐값 매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에서 “외환은행의 경영진이 부실을 과장,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지나치게 낮은 6.16%로 산정함으로써 협상가격도 낮게 책정했으며 금융당국 역시 충분한 검증 없이 관련법규를 무리하게 적용해 이를 묵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은 론스타의 조직적 개입이나 이면계약 존재 여부 등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조사결과는 참여정부 첫해인 지난 2003년 이루어진 외환은행 매각은 은행파산을 막기 위해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로서는 외환카드의 부실 등으로 회생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게 일반론이었다 하더라도 외자유치라는 명분에 지나치게 경도된 것 아니냐는 반성이 필요하다 하겠다. 외자유치 지상주의라는 당시 정책기조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비현실적으로 꿰 맞춰진 BIS 비율을 지렛대로 경영진이 회계법인에 부당한 매각가격을 산출하도록 하고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서로 예외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주고 받으면서 책임 분산을 시도한 것은 설사 정책적 결정이었다 하더라도 헐값 매각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외국자본에 매각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뤄진 국제거래를 뒤늦게 헐값 매각으로 단정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무슨 실익이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도 있다, 론스타에 대한 수사가 외국계 펀드의 과도한 매각차익에 대한 국민의 정서적 반감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든 외환은행 매각은 외국자본 유치가 아무리 절박하다 하더라도 관련 법규와 기준을 무시하는 예외규정의 적용은 신중하고도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경제를 교란할 가능성이 있는 투기성 자본에 대해서는 아무리 급하더라도 금융당국은 옥석을 가리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과연 고위 공직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인수자격이 없는 외국자본에 외환은행을 싸게 팔아 넘겼는지의 여부는 검찰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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