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와 talk, talk] 김상근 상보사장

"신소재 태양전지 생산에 전력"


"자본유출막자" 기술국산화 앞장
미디어·광학필름등 잇달아 개발
ITO 대체할 터치판넬 내년 상용화
부품서 완제품까지 업계 선도 목표
“이제 100년을 내다봐야지요. 지난 30여년간 상보는 수입 대체품을 더 싸게, 더 좋게 만드는데 주력했습니다. 그걸로 수출까지 했어요. 하지만 ‘대체’란 따라가는 것 입니다. 상보도 이제 선도적 기술이 필요하고, 태양에너지에서 그 답을 찾을 겁니다.” 여름 땡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오후. 서울 양평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소재업체 상보를 찾았다. 집무실에 들어서자 김상근(58ㆍ사진) 사장이 “요즘은 뭐든 다 뜨겁지요”라며 결제를 기다리는 서류무더기 속에서 벌떡 일어나 맞는다. “경기가 식는다는데, 뜨겁다니요” 라고 되묻자 “아, 그래서 열 받으니까 뜨겁지요. 밤에는 촛불시위 하니까 뜨겁고, 날씨도 뜨겁고”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김 사장이 27살이라는 약관의 나이에 방 한 칸을 전세 낸 돈으로 창업한 상보는 오는 15일 창립 31주년을 맞는다. 인생을 고스란히 회사에 바친 김 사장은 어느덧 환갑을 앞둔 나이가 됐다. “창업했을 때만 해도 수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해외에 돈 나가는 걸 막아보자’고 생각했고, 해외기술의 국산화에 매달렸죠. 이제 수출이 매출 60%를 차지할 정도로 회사가 컸습니다. 변화에 앞서나갈 수 있는 기술에 도전해야지요”라는 그의 목소리에선 관록이 느껴졌다. -근황부터 여쭤봅니다. 경제가 어렵다는데 요즘 어떠세요.
▦힘들지요. 중소기업은 스스로 예측할 능력이 없으니 정부 얘기만 믿고 사업계획을 세워요. 물가 3~4% 잡고 사업계획 세웠는데 벌써 5~6%가 됐어요. 우리가 수출을 하니까 환율이 오르면 득이 될 것 같지요. 그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실이 더 많아요. 자재 값은 값대로 오르고, 전체 산업은 위축되거든요. 부품은 비싸게 샀는데, 물건을 싸게 팔아야 되는 거에요. -지난해 예상보다 많이 어려운가요.
▦작년 말에 올해 매출목표를 1,200억원으로 잡았거든요. 올해 수정해서 1,000억원으로 낮췄는데 지금 봐서는 ‘간당간당’하네요. 올해가 아직 6개월 남았으니 달성을 하려고 애써 봐야지요. 원래 올해 목표는 ‘트리플 1,000 달성’이었어요. 작년에 1,000번째 기업으로 코스닥 입성을 했으니, 올해 1,000억 매출을 달성해 기업순위 1,000위 안에 들어가자는 것이었지요. 지금은 허허. 글쎄요. -사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90년대 후반이라고 하신 적 있던데.
▦그땐 부도가 날 뻔 했지요. 80~90년대에 카세트ㆍ비디오테이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90년대 후반이 되자 시장이 쇠퇴하기 시작했어요. 연구개발(R&D)로 신제품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결국 2000년대 들어 LCD용 백라이트유닛(BLU)에 사용되는 광학필름의 70% 이상이 일본에서 수입된다는 것을 알고, LCD용 광학필름 개발에 매달렸지요. 기업은 항시 새로운 걸 추구하지 않으면 쓰러져요. 제조업은 자전거 패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끊임없는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고, 그를 위해선 끝없는 노력과 개발이 필요해요. -그럴 땐 더더욱 CEO의 뚝심이 중요할 텐데.
▦내가 나를 생각해도 미련해요. 내 생애 모든 것인 줄 알고 일만 했으니까. 지금도 이 끈을 못 놓습니다. 30년을 같이 산 아내도 날 이해 못하겠다고 해요. 전 회사와 가정 두 가지를 모두 잘하진 못합니다. 지금 우리 식구가 6명입니다. 직원은 300명, 가족까지 하면 그게 몇 명 입니까. (웃으며) 어쩌겠어요. -지금은 어떤 일에 매달리고 있으십니까.
▦상보가 31년을 잘 왔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가느냐를 고민하고 있죠. 일본이나 미국처럼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들려면, 변하는 시대에 앞서나갈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태양전지 사업에 뛰어든 것도 그런 이유에섭니다. 태양에너지 발전 1세대는 실리콘웨이퍼 태양전지를 씁니다. 우리는 실리콘 소재를 대체하는 신소재로 2세대 전지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하루 햇볕 만으로 일년 치 에너지를 모을 수 있어요. 이 신소재가 터치판넬(투명전도필름) 시장과도 연결됩니다. 현재 쓰이는 투명전도성(ITO)필름을 대체하는 것이지요. 지난 2~3년간 국책연구소와 함께 연구를 진행해왔고, 9월 초에는 개발계획이 마무리 될 것 같아요. 터치판넬은 내년 하반기에 실용화될 수 있습니다. 대체에너지는 2010년 실용화할 수 있을 것이고요. 그때부터 생산설비를 만들어야 겠죠. 그래서 선도업체가 된다면 부품 뿐 아니라 완제품 생산까지 가능하지 않겠어요. 지금까지 넘은 산보다 앞으로 넘을 산이 더 높아요. 온 힘을 합쳐 넘어야지요.
■ 31년간 필름분야'한우물'…"올1,000억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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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는 77년 설립돼 31년간 필름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 디스플레이 소재부품 전문회사다. 의류용 포장지 생산으로 출발했던 상보는 비디오ㆍ오디오테이프에 들어가는 미디어필름, LCD 핵심 부품인 광학필름, 자외선을 차단하는 솔라필름, 총알이 유리를 뚫지 못하도록 방탄 역할을 하는 안전필름 등을 개발, 생산, 공급한다. 현재 국내에선 LG전자 등 70여 곳과 거래하며, 해외에서는 일본 소니 등 25개국 50여 개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국내의 척박한 디스플레이 부품소재산업 현실에도 불구하고 상보는 기술력에 집중해 3M 등 세계적인 기업의 특허기술을 국산화 하고 있다. 상보는 LCD 백라이트유닛(BLU)의 프리즘시트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BLU 핵심 4개 소재인 확산ㆍ보호ㆍ반사ㆍ프리즘 시트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세계에 몇 안 되는 기술력도 확보했다. 상보는 2005년 380억원, 2006년 573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794억원(영업이익 11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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