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전자대전’이 다시 불붙었다. 불황에서 벗어난 일본 전자업체들이 D램ㆍPDP LCD 등 삼성전자ㆍLG전자 등 한국업체들이 세계 선두로 질주하고 있는 분야에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한국타도’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엘피다가 향후 3년간 약 5조원을 투자, D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히로시마에 들어설 엘피다의 공장은 내년 말부터 월 1만장의 300mm웨이퍼을 생산하기로 했으며 오는 2007년까지는 생산량을 월 6만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마쓰시타도 최근 도레이산업과 합작으로 950억엔을 투자해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에 세계 최대의 PDP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LCD 분야에서도 샤프가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보다 앞서 6세대 LCD 생산라인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히타치디스플레이는 중국 쑤저우와 장쑤의 LCD 생산설비에 1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히며 한국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이 이처럼 대규모 투자에 나섬에 따라 한ㆍ일간에 이미 승부가 판가름난 것으로 보였던 디스플레이와 D램 분야에서 한일 전자대전이 다시 점화됐다.
이에 대해 삼성ㆍLG전자 등 국내 업계는 일본의 추격에 겉으로는 여유를 보이면서도 반도체 분야의 ‘기술원조’인 일본의 맹추격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국내 기업의 무기가 과감한 투자였다면 이제는 일본업체들이 투자를 무기로 세계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엘피다의 투자 계획이 실질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엘피다측은 은행 대출과 신주 및 회사채 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투자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세계 D램업계 6위라는 회사규모를 감안하면 5조원이란 투자자금을 동원하기는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