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를 '착한 사람' '도덕적 사람'이라고 여긴다. 스스로를 진정으로 '나쁜 사람' '비도덕적 사람'이라고 믿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그런 도덕적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에 대해 '나쁜 사회' '말세' 타령을 한다. 이유가 뭘까.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 사회심리학 교수인 로랑 베그는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책에 따르면 우리의 도덕성은 태어나자마자 타인에 의해, 그리고 그 자신이 속한 사회가 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정해진다. 가령 사람들은 공중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볼일을 보고 나서 손을 씻는 빈도가 높다. 이타적인 행동을 요청할 때도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권할 때, 사회적인 인맥을 고려하게 만들 때, 전화보다는 직접 얼굴을 보고 부탁할 때 그 요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다. 반대로 성금 따위를 봉투에 넣어서 내게 하면 모금액은 확연히 줄어든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외부의 시선에 의해 수시로 판단되며 사회적 교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도덕적 인간의 삶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유는 사회에 편입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한다. 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가 좋은 사회냐, 나쁜 사회냐와 상관이 없다. 심지어 전혀 도덕적이지 않은 나쁜 일임에도 모방한다.
우리 대부분의 행동은 사회의 기대에 얼마나 잘 부응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조차도 인간이 사회에 더욱 단단하게 결속되기 위한 도덕적 열망의 표현이다. 다소 비겁한 행동도 따지고 보면 '함께 잘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며 인간 진화의 산물이라는 설명이다. 결론은 대략 이렇다. 우리가 "나쁜 사회"를 말할 때는 자신이 그 사회에서 소외됐다는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사람들의 평판은 사회적 교류에서 만들어 진다. 참고로 작은 집단 내에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거론되면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은 두 번째로 나오는 발언으로 결정된다. 다시 말해 처음에 안좋은 얘기가 나왔는데 누가 그 얘기에 맞장구를 친다면 집단 전체는 그 사람을 나쁘게 볼 것이다. 그 반면에 두 번째로 말하는 사람이 그에 대해 긍정적인 얘기를 하면 맨 처음 나온 부정적인 언급은 상당부분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연말 모임 자리에서 말을 조심할지어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