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6월 23일] <1730> 페르마의 대정리


'xn+yn=zn에서 n이 3 이상의 정수인 경우, 이 관계를 만족시키는 자연수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 피에르 페르마(1601~1665)가 제시한 정리(theorem)다. 수학을 취미로 삼았던 변호사였으나 17세기 최고 수학자로 꼽히는 페르마는 수많은 정리를 만들고 증명해냈지만 이 문제만큼은 풀이(증명)를 남기지 않았다. 이유가 흥미롭다. '나는 이 정리에 대해 아름다운 증명을 발견했으나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적을 수가 없다.' 페르마가 말한 '책'이란 3세기께 그리스의 디오판테스가 지은 '산술'. 평소 탐독하던 '산술'의 여백이 부족해 증명을 쓰지 못했다는 그의 메모는 사후 아들이 책으로 출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유명 수학자들이 증명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각국의 학술원과 기업인들이 거액의 상금을 걸었어도 '틀린 증명'만 나왔다. 거듭되는 실패 속에 이 문제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또는 대정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300년이 넘은 해묵은 과제가 풀린 날은 1993년 6월23일. 프린스턴대 영국인 수학교수 앤드루 와일즈(당시 40세)가 케임브리지대 뉴턴연구소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증명해냈다. 와일즈는 1년 뒤 일부 오류까지 수정해 각종 상과 상금을 휩쓸고 기사 작위도 받았다. 와일즈가 수학사에 기록될 영광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 문제를 처음 접하고는 '내가 풀겠다'고 다짐한 소년의 꿈과 증명에 도전했던 다른 수학자들의 실패 사례 덕분이다. 와일즈의 증명도 일본인 수학자들이 발견한 '다니야마-시무라의 추론'에 크게 의지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마지막 문제가 아니다. 100만달러의 상금이 걸린 문제도 아직 수두룩하다. 10대 소년 와일즈처럼 꿈꾸는 자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