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6대 금융지주 가운데 4곳의 수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맥이다. KB금융지주(어윤대), 우리금융지주(이팔성)는 고려대 동문, 산은금융(강만수)은 서울시 및 소망교회 인맥, 농협금융(신동규)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이 대통령의 동지상고 동문이다. 노조의 반발과 여론의 역풍에도 불구하고 주요 금융계 CEO의 자리에 정치권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CEO가 누가 앉느냐에 따라 임원 인사에도 영향은 불가피하다. 권력 재편기를 앞두고 금융계의 임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치권의 흐름을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계 CEO 인선이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은 만큼 권력교체에 따른 CEO의 교체는 뒤따를 것으로 금융계는 전망하고 있다.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금융계 CEO의 경우 교체가 확실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지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2~3곳의 CEO는 바뀌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주의 CEO가 교체될 경우 후속 임원 인사의 폭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정부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일부 은행에서는 정기인사 외에도 차기 정권 출범과 맞물려 지주 회장이 교체되면 연쇄인사가 있을 것"이라면서 "본격 인사 시즌이 벌써 시작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의 판도가 은행장 교체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은행장들의 임기는 오는 2014~2015년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책은행은 영향을 받겠지만 정부 지분이 없는 은행의 경우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쉽게 은행장의 임기에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은행권의 상당수 부행장들이 대선이 끝난 연말연초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대대적인 물갈이도 예상된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5개 대형 은행(우리ㆍ신한ㆍ하나ㆍKBㆍ산업은행)의 부행장급 61명 가운데 40명의 임기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끝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대선까지 겹쳐 있어 부행장의 인사폭이 예년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면서 "부행장 자리의 절반 이상이 물갈이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대선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임기도 임기이지만 대선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체폭이 클 수도 있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임기가 연장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는 만큼 예상보다 변화의 폭이 작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