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학여행비 아까워 가기 싫다던 딸 보냈는데…"

■ 여객선 침몰 대참사-실종자 가족들 애절한 사연

"문자 받고 빨리 탈출하라 말하지 못해 너무 후회"

"제주도 자전거 여행 떠난다고 좋아하던 어머니…"

간절함 담긴 쪽지, 18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2학년 교실에서 실종된 학생들의 선후배와 친구들이 '살아서 만나자' 등의 내용을 적은 쪽지를 창문과 벽 곳곳에 붙여놓고 생환을 고대하고 있다. /안산=권욱기자

진도 부근 해역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사흘째. 하늘에서 부슬비가 내렸다. 안산 단원고 실종 학생의 한 아버지는 담배를 연신 피우며 하늘을 쳐다봤다. 그가 전한 이야기는 이렇다. 그는 수년 전에 사업에 실패해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았다. 딸은 내색을 안 했지만 가정형편을 고려해 수학여행을 포기하려고 했다. 수학여행비 30만원이 너무 아깝다고도 말했다. 마침 딸은 얼마 전에 팔을 다쳐 깁스까지 한 상태였다. 그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인 15일 밤 딸에게 수학여행을 꼭 가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자신이 고교 시절 집안 형편 때문에 수학여행을 못 간 게 한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안 가려는 애를 억지로 보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 학생의 또 다른 아버지도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들이 '배에 물이 차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서 '구조대가 왔으니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있어'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빨리 탈출하라고 말했으면 바로 구조되지 않았을까"라고 한탄했다.


실종된 박지윤양의 아버지는 "우리 딸이 수학여행 가기 전부터 배를 타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며 "같은 반 아이 중 몇 명은 구출됐다고 하는데 반드시 살아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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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는 수학여행 중이던 안산 단원고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승객 93명도 타고 있었다. 실종된 일반인 가운데는 사이클을 즐기는 할머니 동호회도 있었다. 실종자 가족은 "어머니가 친구들 5명과 함께 제주도에 자전거를 타러 간다고 즐거워했는데 모두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제발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은 대략 700여명. 실종자 가족들은 시시각각 들려오는 뉴스에 귀를 기울이면서 생존자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안타까운 사망자 소식이 들려오자 일부 실종자 가족은 실신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안산 단원고 박채은 학생의 학부모가 부검을 실시한 뒤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소견을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실종자 가족이 술렁였다. "우리 아들 빨리 구하라"며 고함을 치고 실신한 학부모도 있었다.

또 오후2시께 선체에 연결한 산소공급기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학부모가 의혹을 제기하자 고성이 오갔다. 해경 등 정부 관계자가 "산소공급기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의문이 드는 학부모들을 태워 현장으로 가겠다"고 하자 진정세를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는 뉴스와 루머들이 자꾸 유포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아파한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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