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아프간 지원, 법질서 회복부터

아프가니스탄 재건 지원을 위해 최근 도쿄에서 열렸던 국제회의는 다소 우려가 남아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세계 각국이 약속한 45억달러는 당초 아프간 과도정부의 하미드 카르자이 수반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남은 문제는 세계 각국이 충실하게 그들의 약속을 실행할 것인가, 지원금이 어떻게 분배될 것인가 그리고 아프간 관료집단이 이를 신속하게 활용할 준비를 갖출 수 있는가 등이다. 다행인 것은 아프간 공무원들이 몇달 내에 처음으로 임금을 지급받게 되고 이에 따라 교육과 같은 공공 서비스를 재건하기 위한 프로젝트 역시 착수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법과 질서가 회복되지 않으면 소용 없는 일이며 법과 질서의 회복은 현재 아프간이 당면하고 있는 최대 현안이다. 시급한 것은 카불 중앙정부의 권위를 회복시킬 의지와 힘을 가진 지휘관에 의해 이끌어지는 평화유지군의 힘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아프간은 탈레반이 집권하기 전에 만연했던 끊임 없는 내전상태로 복귀할 위험이 있다. 현재 카불에는 영국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1,000명의 다국적 병력이 치안을 맡고 있으며 유사한 형태의 평화유지군이 3,500명 가량 있다. 그러나 카불의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현재 카불은 무장 강도가 출몰하고 사람들은 어두워진 이후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카불 외곽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주 두대의 세계식량기구 트럭이 마자르 이 샤리프로 향하는 노상에서 강탈당했으며 근처에 있는 유엔의 식량 창고 역시 털렸다. 지방 군벌들은 아직 그들끼리 싸움을 벌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지역에서 탈레반 정권의 붕괴 이후 자신들의 힘을 재건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부르하누딘 랍바니 전(前) 대통령,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 이스마일 칸, 굴 아그하, 압둘 카디르 등 군벌에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세력권을 형성하는 등 나라가 쪼개질 위험에 처해 있다. 특히 도스툼 장군의 경우 현재의 세력권 별로 현상 유지할 것을 주장하는 등 아프간의 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카불 중앙정부는 현재 군벌들의 영토 다툼에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그들은 평화유지군에 대항하기 위한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그들은 중앙정부의 노선에 대항하기 위해 중앙정부 내 끄나풀을 활용하기까지 하고 있다. 일례로 카불 보안 책임자인 바지르 살랑기 중장은 더 이상 평화유지군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외세의 개입이 아프간의 10년 전쟁을 촉발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다국적군의 안보 활동이 없다면 충돌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실제 이란은 헤라트 주변의 군벌들에 무기를 선적하는 등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카르자이 수반은 2주 전에 있었던 첫번째 국민연설에서 국가 군대 창설과 여기에 군벌의 무력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군벌의 해체를 의미한다. 최근 아프간 재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원은 카르자이 수반에 대한 지지를 뜻한다. 그러나 재차 전란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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