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자족쇄 사실상 풀어 "경제난 타개"

■ 재벌정책 정부안 확정자산 5조이상 17개기업만 출자총액한도 적용 정부의 재벌정책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 180도 전환되고 있다. 기업규제완화 차원에서 지난 8월부터 지루한 공방을 벌였던 재벌정책개선 방안은 외환위기 이후 부활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대폭 완화하는 대신 선단식 경영의 근간인 상호출자와 상호지급보증을 다소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공기업 민영화 참여가 허용되는 등 투자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내 개혁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재벌개혁의 후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한나라당은 정부안보다 더 완화된 재벌정책안을 요구하고 있어 공정거래법 개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대규모기업집단제 폐지 그동안 자산순위 기준으로 30대 그룹을 지정, ▲ 출자총액제한 ▲ 상호지급보증 및 상호출자 제한 ▲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의무화 등 각종 규제를 일률적으로 가했으나 앞으로는 이 제도가 폐지되고 각기 다른 기준에 따른 개별규제 체제로 전환된다. 지금처럼 자산 순위에 따라 30개 그룹을 매년 선정해 출자총액제한 등 각종 규제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도는 자산 5조원 이상인 그룹, 상호출자 및 상호지급보증은 2조원 이상인 그룹으로 이원화된다. 특히 그동안 각종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공기업도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자산 5조원과 2조원 이상이면 출자총액 및 상호출자 등의 제한을 받게 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 출자총액제한제는 대폭 완화 재벌정책의 핵심장치인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종전 30위인 2조5,000억원 수준에서 5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 4월1일 기준으로 보면 17위 동양그룹까지 해당된다. 여기에 한국전력ㆍ한국통신 등 7개 공기업이 포함돼 총 24개 기업집단은 순자산의 25%를 넘는 출자는 금지된다. 당초 공정위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개선 방안으로 '출자는 무제한 허용하되 순자산의 25%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만 금지'를 제시했지만 의결권금지가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자산 규모 상향조정 외에도 예외조항을 대거 추가해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영토 확장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선 결합재무제표상 부채비율 100% 미만인 기업집단을 제외하기로 해 롯데ㆍ포항제철은 출자총액제한제도에서 자유롭게 된다. 또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같은 업종이나 관련 업종에 출자할 경우 빚을 내는 방법까지 포함해 일체의 자금조달 방법이 무제한 허용된다. 정부는 5월 당정협의를 통해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출자총액제한제의 예외를 허용하면서 기존사업 매각대금으로 조성한 자금만 출자총액제한의 예외로 인정한 바 있어 이번에 더욱 확대된 셈이다. 또 ▲ SOC 민간투자회사 출자 ▲ 공기업민영화참여 ▲ 외국인투자기업 출자 ▲ 기술개발 등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 법정관리 등 부실기업 투자 등도 예외로 인정됐다. 이는 그동안 재계가 출자총액제한제의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대부분 항목을 수용한 것으로 대기업들은 출자총액제한제의 족쇄에서 사실상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3월 말까지 해소해야 할 출자한도초과액(11조원)에 대해서는 의결권만 제한하기로 해 해소 의무가 사라지게 된다. 특히 적용대상 기업수가 준데다 예외조항도 늘어나 초과분 자체도 휠씬 줄어들 전망이다. ◆ 상호출자ㆍ채무보증 금지는 확대 출자총액 규제를 완화하면서 현재 30대 그룹에만 적용되는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금지 대상은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집단(공기업 포함)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8개 그룹과 9개 공기업 등 총 47개 기업집단에 적용될 전망이다. 새한ㆍ한국타이어ㆍKCCㆍ동원ㆍ진로ㆍ아남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에서 제외된 재무구조우량 기업인 포철과 롯데그룹도 해당된다. 공정위는 무분별한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은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그룹 전체를 빚더미에 앉혀 부실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소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남기 위원장은 "재정경제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60대 주채무계열까지로 확대하자는 방안도 제시됐으나 행정력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공정거래법 개정까지는 산 넘어 산 이번 정부안은 일단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5일이나 16일 한나라당 등 야당에 이 같은 재벌규제 완화 방안을 설명하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4대 그룹 정도로 줄이는 등 재벌규제를 크게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법개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김만제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출자한도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하는 사회민주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총수 1명이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의 자본으로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는 소유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데다 사외이사제 등 기업투명성 제고장치도 유명무실한 상태에서 출자총액제한제를 완화시키는 것은 재벌개혁의 후퇴라고 반발하고 있어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 재벌정책 개선 내용 ▲30대기업집단제 -폐지 ▲출자총액제한제도 -순자산의 25% 초과분 출자금지(현행틀 유지)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17개 기업집단 적용(공기업도 포함, 총 24개) -오는 2002년 3월까지 해소대상 초과분은 해소의무 없이 의결권만 제한 -결합재무제표상 부채비율 100% 미만 기업집단 제외(롯데ㆍ포스코) ▲출자총액제한제 예외 확대 -적용 제외(핵심역량출자, SOC 투자 및 정부출자회사에 대한 출자, 민영화되는 공기업 출자, 국가귀속 출연금은 주식취득가 불산입 -예외인정확대(모든 외국인투자 기업에 대한 출자, 기술개발 등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법정관리ㆍ화의ㆍ워크아웃 등 부실기업 출자,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증여한 비상장주식 취득)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38개 기업집단 적용(공기업 포함, 총 47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대상 및 금융ㆍ보험사 의결권 제한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38개 기업집단 적용(공기업 포함, 총 47개) 권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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