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살떨리는 벼랑끝 승부

제7보(101∼114)



상변에서 흑은 중상을 입었다. 이 정도의 손상이면 프로의 바둑에서는 치명적이다. 승부가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강동윤은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흑1, 3으로 한껏 진영을 크게 펼쳤다. "우상귀에서 중원 일대까지를 모조리 무혈 점령하겠다는 작전입니다. 그게 정말로 모두 흑의 집이 된다면 흑승입니다."(박정상) "그게 가능할까?"(필자) "어렵겠지요. 하지만 흑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이 길로 가보는 도리밖에요."(윤현석) 하긴 그렇다. 필자의 경우를 보아도 대마를 잡아먹고서 패한 바둑이 얼마든지 있다.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고 해서 전쟁에 승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노름꾼들의 표현을 빌자면 문지방을 넘어 나올 때 봐야 아는 것이다. 이세돌은 백4로 뛰어들었다. 한 발 왼쪽으로 두면 안전하기는 하지만 그건 꼭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본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흑은 5에서 9로 끊는 초강경책을 쓸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렇게 받아쳐야 하지요. 하지만 도처에 약점이 있어서 흑이 어려운 바둑인 것은 사실입니다."(허영호) 허영호는 사이버오로에 참고도1의 백2, 4를 올려놓고 있었다. 변방에서부터 잠식해 들어가는 수법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실전보의 백10 이하 14가 그것이었다. "이건 쌍방이 살떨리는 벼랑끝 승부입니다."(박정상) "그런데 상변에서 흘러나온 흑대마의 연결장치에도 허점이 있는 것 아닐까?"(필자) "그렇지는 않아요."(박정상) 박정상이 타이젬에 참고도2의 흑1 이하 13까지를 올렸다. 백이 흑을 억지로 차단하러들면 도리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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