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10.' 양궁 경기에서 10점 과녁의 한가운데를 쐈을 때나 체조 같은 올림픽 종목에서 드물게 나오는 완벽한 점수를 뜻한다. 미국 골프채널은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0번째 우승을 퍼펙트 10이란 말로 표현했다. 그만큼 적시에 나온 의미 있는 우승이었다.
4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하딩파크TPC에서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캐딜락 매치플레이. 매킬로이는 결승에서 세계 52위 게리 우들랜드(미국)를 4홀 차로 가볍게 격파해 처음으로 '매치플레이 킹'에 올랐다.
지난해 8월 PGA 챔피언십 제패 이후 8개월여 만에 수확한 이번 시즌 자신의 미국 PGA 투어 첫 승. 매킬로이는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2연승 등으로 주가를 올렸지만 2014-2015시즌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2월 유럽 투어 두바이 클래식에서 우승했으나 PGA 투어에서는 부진했고 지난달 마스터스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도 다음으로 미뤘다. 그 사이 조던 스피스(23·미국)가 마스터스에서 그린재킷을 챙기며 도전장을 던졌다. '골프황제' 계보를 이을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상황에서 '넘버원'의 존재감을 되새긴 것이다.
26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 매킬로이는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만 26세 이전에 PGA 투어 통산 10승을 채우며 '황제의 조건' 하나를 더 충족했다. 지난해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특급대회인 WGC 시리즈에서도 멀티플 우승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경기도 매킬로이가 주도했다. 우들랜드가 결승 직전까지 35개 홀에서 11언더파를 기록하는 등 이 대회 들어 상승세를 탔지만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4번홀에서 우들랜드가 보기를 적어내며 앞서기 시작했고 이어 5번~7번홀 3연속 버디를 잡아 4개 홀을 연속으로 따냈다. 11번과 12번홀 실수 탓에 2홀 차로 좁혀졌지만 위기는 없었다. 우들랜드가 13번과 14번홀에서 잇달아 3퍼트를 범해 다시 4홀 차로 벌어졌고 16번홀을 마친 뒤 항복을 받아냈다. 2012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했던 매킬로이는 올해 처음으로 조별리그가 도입된 이 대회에서 조별리그 3승 등 7전 전승 우승으로 157만달러(약 16억9,00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매킬로이는 이날 하루 동안 3번의 승리를 거뒀다. 전날 폴 케이시(잉글랜드)와 3차 연장전에도 일몰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그는 4차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내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는 '8자 스윙' 짐 퓨릭(미국)을 만나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했다. 16번홀까지 1홀 차로 끌려가던 그는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1m 안쪽에 붙여 가까스로 동률을 이뤘다. 이어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15m가량의 이글 퍼트를 홀에 집어넣어 퓨릭을 돌려세웠다. 매킬로이는 "매우 견고한 플레이를 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준결승에서 우들랜드에 패한 대니 윌렛(잉글랜드)은 퓨릭에 3홀 차 승리를 거두고 3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