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느닷없이 서울을 헐뜯는 듯한 광고가 등장했다. ‘세계 30대 도시 중 서울의 삶의 질이 최하위’이며 ‘외국 기업들은 투자처로 서울을 외면하고 북경을 선택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이나 멕시코 정부가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라이벌인 서울을 깎아내리기 위해 만든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도 이전의 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포스터다.
물론 갖가지 수도권 규제와 인구과밀화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이 상대국 도시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조사가 종종 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수도 이전의 발제는 선거용으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목표와 어울려 수도를 이전하는 대신 수도권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입안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수도 이전이나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홍보가 급하기로서니 ‘서울,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 ‘서울, 북경보다 못하다?’는 제목의 광고물이 등장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더욱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나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ㆍ국정홍보처 같은 국가기관이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자부심인 서울을 비하하는듯한 광고에 앞장서는 것은 상상력의 빈곤차원을 넘어 바로 국가이익을 스스로 해치는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려고 하는 뜻은 효율적인 국가운용을 도모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다시 말해 서울의 경쟁력과 삶의 질도 높이고 지방도 고루 발전시키자는 의도이지 단순히 서울의 경제력을 떼어내 새 수도로 옮기자는 발상은 아닐 것이다. 또한 현재 수도이전문제를 놓고 격렬한 찬반론이 있지만 서울의 경쟁력이 주저앉기를 바라는 찬성론자도 없을 것이고 장래 국가경제가 망쳐지기를 바라서 서울을 고수하자는 반대론자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도가 이전되더라도 서울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수도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국민이 수도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 사안이기 때문에 매우 세련되고 이성적인 메시지로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런 어설픈 홍보는 설득효과 보다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다. 그런 홍보를 위해 국민의 혈세를 쓰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아울러 정부는 왜 ‘흑색선전’처럼 보이는 광고가 등장했는지 그 저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국민들을 단순히 타도나 계도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독선일 뿐이다. 정부는 보다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고로 수도 이전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수도권 지하철 차량에 붙어있는 ‘서울 깎아내리기’ 광고물을 당장 떼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