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인다운 주주가 필요하다

첫번째 종에게는 다섯 달란트를, 두번째 종에게는 두 달란트를, 그리고 세번째 종에게는 한 달란트를 맡겼다. 얼마 후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주인은 세 명의 종들을 불러 놓고 맡겨 놓았던 재산에 대한 결산을 시행했다.그 결과를 보면 다섯 달란트를 맡겼던 첫 번째 종은 재산을 두배로 불려 열 달란트로 만들어 놓았다. 두 달란트를 맡았던 두 번째 종도 두 달란트를 네 달란트로 불려 놓았다. 한편 한 달란트를 맡았던 세 번째 종은 그것을 그 동안 땅 속에 묻어 놓았다가 주인에게 그대로 한 달란트만 내 놓았다. 이 결산의 결과에 대해 주인의 평가는 아주 준엄함을 볼 수 있다. 첫번째 종과 두 번째 종에게는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찬하면서 너희들이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앞으로는 더 큰 일을 맡기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세 번째 종에게는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꾸짖으며 맡았던 재산을 늘릴 자신이 없었더라면 땅에 묻어 놓는 대신에 이자라도 벌어 놓았어야 옳았다는 말과 함께 그를 내어쫓는다. 이 비유는 예수가 암시한 경영철학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좋은 얘기다. 최근 우리 상장기업들의 영업실적에 대한 결과를 보면서 이 달란트의 비유가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올해 상반기의 평균 실적은 1000원어치를 팔아 40원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즉 4%의 매출액 이익률을 냈다는 얘기다. 이 수치를 놓고, 상장기업들에 대한 영업성적을 매겨보기 시작한 이래 최고의 수준이라는 평가도 함께 따르고 있다. 그런데 이 결과는 우리 상장기업들의 평균 자산회전율이 채 1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총자산이익률이 4%에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결과이긴 하나 현재 우리의 시장이자율 수준이 9∼1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업이 맡아 운영하는 자산을 잘 관리한 결과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먼 값이다. 즉, 이 결과는 상장기업들의 평균EVA(경제적부가가치)값이 마이너스가 나온다는 얘기다. 시장금리가 9∼10%라면 기업들의 자본비용은 이보다 훨씬 높을 텐데 총자산이익률이 4%에 못 미친다면 EVA값이 마이너스여도 보통 마이너스가 아닐 것이다. 주주들의 부를 증대해 주기는 커녕 크게 잠식해버린 결과다. 이를 달란트의 비유에 대비해 보면 악하고 게으른 종에 가까운 결과다. 이렇게 낮은 이익률을 낼 바엔 기업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이자놀이를 했어야 옳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이렇게 낮은 것은 저조한 결과에 대해 엄중히 문책하는 주인이 없는 까닭이다. 위에서 든 비유에는 종들의 관리성적에 따라 상벌을 시행하는 주인이 엄연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 평가의지도 단호하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주인인 주주들은 너무 약하고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소극적인 자세로는 악하고 게으른 종을 내쫓을 수 없다. 오히려 더 게을러지려는 종의 속성을 키워줄 뿐이다. 이젠 주인인 주주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간혹 가진 지분이 너무 미약해서 뭔가 목소리를 내려 해도 낼 수 가 없다는 푸념도 들린다. 그렇다고 우리 주주들은 소액주주운동에 동참하려는 의지도 미약하다. 선진국의 경영자들은 1∼2년만 이익이 제자리걸음하거나 낮아지면 보따리 쌀 준비를 한다. 주주들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이젠 우리 주주들도 당당한 주인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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