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특별기고] 팍스 코리아나 실현 지식산업으로 육성

오병기(LG-EDS BI센터장)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기 위한 선진 기업들의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준비와 치열한 생존 노력을 지켜보며 『IMF 미로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서둘러 진행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이 과연 우리에게 21세기를 향한 도약의 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97년 말, 필자는 미국 산업공학회에서 주관하는 컨퍼런스인 AUTOFACT에 참여하여 NGM(NEXT GENERATION MANUFACTURING, 차세대기업전략) 프로그램에 관한 발표를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 실현을 꿈꾸는 미국의 기업들이 불확실한 미래의 경영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95년에 기획되어 97년에 1차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발표를 듣고 기저에 숨겨져 있는 PAX AMERICANA 전략에 우려를 느끼며 필자가 돌아왔을 때, 한국에서는 IMF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자 하는 미국의 야망은 IMF에서도 엿볼 수 있었으며 이것은 필자를 두렵게 했던 NGM 전략과도 틀리지 않았다. NGM에서는 확장기업(EE: EXTENDED ENTERPRISE)을 21세기의 기업모델로 제시하고 있으며 자국 기업을 확장기업의 핵심인 지식기반 기업으로 육성하고 제조 분야는 주변국 기업들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필자가 우려하는 바는 이러한 전략대로라면 한국이 IMF 금융 위기를 벗어난다 해도 멕시코와 같이 하청 제조업체들을 보유한 주변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이 프로그램에 주목한 또 하나의 이유는 NGM 기본구도가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체계와 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차세대 기업모델로 제시된 확장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관련 업체와 고객 및 이해당사자 모두의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핵심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이 유연하게 통합되는 일군의 기업집단을 의미한다. 이러한 확장기업이 성공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비탄력적인 강제 통합이 아니라 참여한 기업들간의 자발적 협력과 신뢰가 요구되며 이것은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과 비교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확장기업 구축에 기반한 지식기업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세계적인 확장기업 구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지식 기업으로의 성공적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사람, 프로세스, 기술을 통합하는 기업 내부의 혁신과 확장기업 일원으로서 외부 기업과의 유연한 연계를 고려한 개별기업들의 기업통합(EI:ENTERPRISE INTEGRATION)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98년 말, 필자는 이러한 주장을 현장에서 재확인하고자 제조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디트로이트의 AUTOFACT와 정보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CALS엑스포에 참여했다. 이러한 참여와 대화를 통하여 확인한 것은 차세대기업으로의 성공적 전환을 이루기 위한 미국의 준비가 구체적이라는 것과 차세대기업의 핵심 성공요소로 정보시스템의 활용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기반의 기업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AUTOFACT는 「CTS(COMPUTCR TECHNOLOGY SOLUTIONS FOR THE MANUFACTURING ENTERPRISE)」로, 기업통합 중심의 정보전략을 제시하고자 CALS협회는 기업통합협회(AFEI: ASSOCIATION FOR ENTERPRISE INTEGRATION)로 각각 명칭을 바꿨다. 해마다 참여하는 컨퍼런스에서 미국의 PAX AMERICANA를 향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준비를 지켜보며 느꼈던 두려움과 함께 지난해의 방문에서 필자는 큰 좌절감까지 안고 돌아와야 했다. 많은 세미나 및 토론에서 아시아의 대표 국가로 언급되었던 「코리아」가 더 이상 언급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중심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새로운 천년에는 PAX KOREANA가 실현 될 수 있을까』 99년이 시작된 시점에서 전략도 실행도 없이 실수를 반복해온 20세기 후반의 한국 상황을 떠올리며 그런 자문을 해봤다. 굳이 멕시코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IMF 위기 극복만으로는 세계 수준의 기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999년은 이미 시작되었다. 더 늦기 전에 세계 수준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한국형 차세대기업전략이 수립되고 정부 기업 학계 개인 모두가 자기혁신으로 20세기의 마지막 한 해를 뜨겁게 달구기를 기대해 본다. 21세기 세계 중심의 한국을 기대하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