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공정사회와 조세심판원의 역할


지난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출간돼 단기간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섰다. 일각에서 이를 두고 우리 사회가 정의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하는데 일리 있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는 국가로 발전했다. 인구 5,000만 이상의 국가 중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전세계에서 한국을 포함해 미국 등 7개 국가 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매우 자랑스러운 성과다. 그러나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성장통을 앓고 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단적인 사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사회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실 국민소득의 증가는 국민의 행복을 가져오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특히 사회 구성원의 자율과 의욕 및 창의를 제고하고 경제ㆍ사회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공정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는 핵심 과제로 조세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세금에 대한 공정성은 세법의 올바른 해석과 적용, 그리고 부당한 세법집행에 대한 권리구제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조세심판원은 국세 및 지방세에 관한 위법, 부당한 처분으로 인해 권익을 침해 받은 납세자를 구제하는 행정심의 최종 권리구제기구이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만 조세심판원의 전신인 국세심판소가 지난 1975년에 출범했으니 36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조세심판청구사건은 법률해석도 필요하지만 전체사건의 80퍼센트 이상이 사실판단을 요하는 사안이다. 실체적인 진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과세관청과 납세자 모두 수긍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건처리에 대한 납세자의 시각은 다양하다. 업무처리가 신속하지 못하고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으나 많은 격려도 있다. 조세심판원장으로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의 일이다. 어느 세무대리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공정한 심판과 공직자의 소신을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를 통해 국민들이 조세심판원에 바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었다. 조세심판과정은 법규범의 이성적 논증뿐만 아니라 사건 당사자인 구체적 인간과 사실 관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필요로 한다. 사건 하나하나를 본인의 일처럼 꼼꼼히 살펴보고 고민해야 국민의 신뢰를 받고 더 나아가 공정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조세심판원도 매 사건마다 공정한 결정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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