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를 아는 대선후보(송현칼럼)

대선주자들의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현정권이 바라는 바와는 상관없이 정치권은 바야흐로 대선정국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특히 여론은 벌써 대선주자 하나하나를 대상으로 심층분석에 들어간 것 같다.모일간지는 10명의 대선후보들을 선정하여 벌써부터 청문회(?)식 회견을 시작했으며 이것이 텔레비전으로 방영까지 되어 대선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올해말 대선에서는 아무래도 경제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 같다. 지난해, 올해 연거푸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국민의 소망은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 거론되고 있는 예상후보 인사 중에는 경제전문가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전문가란 경제분야에서 특별한 공부를 했거나 실제로 경제경영 분야에서 다년간 일해본 사람을 일컫는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 중 전문지식은 아니더라도 올바른 경제관을 갖고 있는 분이 다음 대통령으로 부상했으면 하는 것이 일반의 바람일 것이다. 필자가 「차선책」이라는 용어를 썼으나 경제전문가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가 성공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른 경제관을 가진 출중한 경제지도자가 뽑힌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최선책이 될 수도 있다. 근대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지도자 중 경제분야에서 성공한 몇 사람을 든다면 대공황을 극복한 루스벨트 전미국대통령, 빈곤의 늪을 벗어나는데 성공한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최근에는 이른바 영국병을 치유하는데 남다른 결단력과 수단을 발휘한 대처 전 영국총리 등일 것이다. 이들은 경제전문가가 아니었다. 이들이 지니고 있었던 공통점은 확고한 통치철학과 뛰어난 지도력이었다고 본다. 국가경제가 통치철학과 지도력의 종속변수냐 아니면 독립변수냐 하는 것은 논자의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었으나 이들의 철학과 의지가 너무도 확고했기 때문에 국민 대부분이 장기간 동안 그들의 경제정책을 지지하고 따라주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경제를 아는 대통령」 「경제철학이 있는 대통령」이란 대략 다음의 몇가지 요건을 갖춘 분이면 될 것이다. 먼저 경제란 시장의 원리에 의해 움직여야만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지키는 분이라야 한다. 모든 정책과 정부개입은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요인들을 제거한 때에만 필요한 것이기에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흐름 자체를 인위적으로 바꾸려 해서는 안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가령 신규사업을 벌이고 싶어하는 기업인에게 정부방침에 위배된다고 하여 이를 못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먼저 시장의 흐름이 있고 나서 정부의 조화로운 방침이 서야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경제발전의 주역이 기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요 정부가 아니라는 점을 철저히 알고 있는 분이라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기업인을 아끼고 노동자를 사랑해야 한다. 경제가 잘되는 국가의 원수들은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주요국을 순방하면서 세일즈활동까지 한다. 또 자국의 기업인이 요청하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제를 풀어주는데 앞장서고 있다. 누가 의심할까봐 기업인들을 멀리하는 지도자는 우리 경제발전에 도움이 안된다. 셋째는, 본인의 인기관리를 위해서 경제를 수단으로 삼지 않는 대통령이라야 한다. 정치는 표의 산술이기 때문에 여론과 인기에 영합지 않을 수 없으나 경제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효용과 이윤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여론의 향배와 무관할 수도 있다. 넷째는, 이 나라 경제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에 대해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가령 범세계화 시대에 한국경제도 세계경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과 외국기업의 국내 진입을 여하한 경우에도 막아서는 안된다는 확실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이 정책을 성공시키면 일시적인 부작용이 있더라도 지속적이고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끈기와 인내가 강한 분이라야 경제를 아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섯째는, 경제는 비전과 실행이 잘 조화되어야 꽃을 피울 수 있다. 따라서 국가경제를 멀리 볼 수 있는 경륜가들로 자문팀을 구성하고 실행은 경제각료에게 맡기는 이분법을 구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상의 다섯 가지 자질도 중요하지만 이에 우선하는 당위의 요건은 본인 스스로 청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스벨트, 박정희, 대처는 이 점에 있어서도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유장희 이대 국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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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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