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검찰을 닮아가는 공정위


요즘 식품 업계는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공정위가 정부의 전위대를 자처하며 물가를 단속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일선 현장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고조될 대로 고조돼 있다. 실제 웬만한 업체들은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지만 연초 거의 예외 없이 공정위의 담합 관련 조사를 받아 속앓이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25일 김동수 공정위원장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일부 가공식품 중 상당 품목이 담합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월권 논란을 몰고 올 정도로 '물가 잡기'가 공정위의 지상과제가 된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뉴스거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간담회 이후 대부분의 언론은 "식료품 담합 혐의 적발"이란 기사를 실었고 두부 업체가 걸렸다느니, 커피 업체를 지목한 것이라느니 하는 등의 구구한 해석도 난무했다. 최근 공정위를 보고 있노라면 은연 중에 '정치검찰'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사법 정의를 구현한다는 검찰은 그간 권력의 향배에 따라 해바라기 처신을 한다는 비판을 수시로 받아 왔다. 그런데 정치화된 검찰의 대표적 행태 중 하나는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언론에 수사 정보를 흘리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피의자의 명예와 인권은 혐의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여론 재판을 받게 돼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연초부터 물가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공정위에게는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한이 주어진 듯한 모양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공정위가 법적 한도 내에서 한 점 의혹 없는 공평무사한 조사를 수행하더라도 이런 저런 뒷말이 나기 쉬운 상황이라는 뜻도 된다. 이런 점을 의식한다면 김 위원장의 처신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담합 혐의를 잡았다느니 하는 식의 발언은 가뜩이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식품 기업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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