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관료들 '면피성 결정'… 외환銀 매각 또 발목

금융위,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판단 미뤄<br>"론스타는 금융자본" 판단 불구 '주가조작' 결론못내<br>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고비 넘겼지만 늦어질듯<br>이달내 승인 안나면 지연보상금 한달 329억 내야


'소심한 관료들'이 또다시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를 뒤로 미뤘다. 론스타가 금융회사를 가질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도 유보했다. 정책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법적 단죄의 대상이 됐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사례,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이 시급한 정책현안에 대한 결정을 가로막은 것이다. ◇"금융자본이나 대주주 자격은…"=금융위원회는 16일 정례회의에서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을 소유할 수 있을지를 논의한 결과 자격이 있다는 판정을 내렸다. 산업자본이라면 현행 은행법상 한도(9%)를 넘어 지분을 가질 수 없는데 여러 자료를 종합해 판단할 때 금융자본이라고 규정할 수 있고 이것만으로는 대주주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위는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된 외환카드 합병 당시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에 대한 증권거래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법리검토가 필요하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최종구 금융위 상임위원은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주가조작 부분에 대해) 고법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지, 아니면 당국의 임의대로 판단할지에 대해서도 법리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설명했다. 대주주의 자격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도 자연스럽게 연기됐다. ◇하나금융 한고비 넘겼지만=금융위가 론스타를 금융자본이라고 판단한 만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는 한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미뤄지면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외환은행 편입승인은 별개 안건이라는 그동안의 주장과 달리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10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과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론스타의 주가조작 혐의를 유죄취지로 고법으로 돌려보낸 지 1주일 만에 결론을 내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확산된 상황에서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매각문제를 논의하는 게 적절하지 않아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 금융자본이라는 판정을 내린 만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편입승인은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 셈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정례회의에 인수승인 안건 자체를 올리지 않았다. 당국은 법리검토가 일찍 나오면 이달 안에라도 임시회의를 열어 이들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안의 민감성 등을 감안할 때 쉽사리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환은행 승인 '시간이 문제'=이제는 시간이 문제다. 승인시기를 늦추면 론스타의 호주머니만 불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안에 승인이 나지 않으면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한달에 329억원을 지연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한 하루만 지나도 거액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승인결정이 오는 5월로 미뤄지면 지연보상금을 두 배로 물어야 한다. 더구나 5월 말을 넘기면 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지연보상금의 경우 귀책사유가 론스타에 있다는 판정이 나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계약이 깨지면 무의미해진다. 또 금융위가 10일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주가조작 판결을 기다릴 경우 2~3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중간배당을 비롯해 배당으로 해마다 수천억원씩 거액을 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국민은행과 HSBC의 외환은행 인수시도가 연거푸 법적 판단에 밀려 깨진 터라 대외적인 신인도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판단을 미루는 동안 외환은행 매각이 두 번이나 깨졌는데 이번에도 계약이 무산되면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계약 무산 때 투자자 소송 우려=하나금융은 론스타의 금융자본 판정을 반기면서도 외환은행 편입 승인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주주 자격 여부가 인수승인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외환은행 인수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금융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경우 해외 투자가들의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금융 당국의 신속한 승인을 기대했다. 또 하나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어쨌든 금융위가 이달 안에 임시회의를 열어 승인 결정을 내려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