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의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봄, 외신이 이런 기사를 실었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 한국인들은 금을 모았다. 반면 남유럽인들은 정부에게 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랬다. 우리는 국제금융기구(IMF) 구제금융을 당한 위기의 순간에서 장롱의 금을 내놨다. 한국 정부의 국제 신인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을 자기 일처럼 여겼다.
한국인들의 ‘금 모으기 운동’은 바로 약발이 들었다. 위기를 즉각 날려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세계 각국과 금융기관들은 한국을 다시 봤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한국인들의 의지이고 두 번째는 금(金)은 신뢰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금을 내놨던 우리는 손해 봤을까. 그렇다. 국제 금값이 크게 올랐으니까. 요즘 금값은 당시보다 3배 정도 뛰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당시 금을 팔았던 국민들의 손해가 3분의 1정도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플레이션 비율을 감안한 금 값의 상승률은 2배 남짓한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금값이 사상 최대는 아니라는 얘기와도 맞닿는다. 요즘 금값은 1차 금융위기시를 밑돈다. 그렇다면 금값이 오를까. 장담할 수 없으나 반세기 전의 서울경제신문 경제백서에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50년 전 서울경제신문 경제백서 시리즈 산금(産金) 편에 실린 기사의 요지. ‘국내 금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 값이 오른다.’/ 권홍우 편집위원 hongw@sed.co.kr
이현정 대학생 인턴기자(서강대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