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결자해지

박태준 금융부기자 june@sed.co.kr

“은행에서 보험상품 좀 팔겠다는데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모르겠다.”(은행권의 한 관계자) “방카슈랑스제도는 이제 도입한 지 1년밖에 안됐기 때문에 부작용 여부를 판단하기 아직 이르다.”(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 내년 4월로 예정된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을 둘러싼 금융권의 논쟁이 시작된 지 반년이 다 돼간다. 지루한 공방 속에서 일관된 은행권과 정부의 반응은 ‘대수롭지 않은’ 일에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푸념 정도였다. 하지만 이 ‘별것도 아닌’ 금융정책이 보험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설계사 수만명을 거리로 내몰아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게 했다. 또 이제 막 시행돼 ‘걸음마’를 걷는 단계에 불과한 제도가 갖가지 폐해를 발생시켰다. ‘보험 꺾기’와 ‘불완전 판매’로 은행고객은 물론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까지 울상을 짓게 한 것이다. 결국 지난 22일 열린 방카슈랑스 공청회에서는 처음으로 금융 당국의 관계자가 ‘방카슈랑스 연기’를 언급했다. 이해선 금융감독위원회 보험감독과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방카슈랑스와 관련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 지난해 보험업법 개정작업을 직접 맡았던 박재식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장은 “은행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며 방카슈랑스의 부작용을 인정했다. 현재 방카슈랑스는 여ㆍ야의원 70여명이 의원입법 형태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 확대시행 철회를 추진중이다. 재경부는 ‘강행’을 고수하고 있지만 예정된 2단계 시행이 쉽지 않은 상태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방카슈랑스가 수개월간 금융권을 들끓게 했고 급기야 정치권까지 해결해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판단 착오’와 ‘무리한 영업’을 인정한다면 개선과 양보가 뒤따라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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