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 칼럼] 기업의 사회공헌

지나친 사회책임 강요로<br>기업 준조세 부담 커지고<br>경쟁력·시장경제 위축<br>정당한 이윤동기 존중을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2012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경영활동이라는 발표가 이어졌다. 세계적인 경영 전문가들과 국내 주요 기업 임원, 학계ㆍ정부ㆍ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컨퍼런스에서 한 경영 구루(guru)는 사회공헌활동의 핵심은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그런 기업은 직원을 해고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고객들로부터 더 큰 성장과 재기를 위한 진통이라고 지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술 더 떠 사회공헌을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만 인식하는 기업의 명성은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이날 국내 327개 기관의 사회공헌활동을 조사ㆍ분석한 '기업 사회공헌활동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제 기업은 건실하게 자기 사업을 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속이거나 법규를 어기지 않고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같다. 특히 대기업은 착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이윤 추구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를 각계로부터 받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를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전략이며 이를 소홀히 하는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고 거래도 제한된다고 주장한다.

그 바람에 대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이 크게 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의 범위와 규모도 기업활동 전반으로 확대되는 경향이다. 예컨대 기업은 근로자를 잘 대우하고 고객ㆍ협력업체들과 동반 성장해야 한다. 비윤리적인 투자를 삼가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을 보존하며 자원을 재활용하는 등 실로 광범위한 기업윤리 활동을 포함한다. 이쯤 되면 기업활동을 하기 위해 사회공헌을 하는지, 사회공헌을 위해 기업을 하는지 불분명해진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인색하다. 아직도 기업의 사회공헌 기부액은 낮은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의 사회공헌은 더욱 미미해 몇 년 동안 기부금을 한 번도 내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아마 한국 사회에 대한 공헌은 헛것으로 아는 것 같다. 경영기법이나 경영이론에 밝은 그들이 사회공헌에 인색한 원인은 무엇일까. 사회공헌활동이 기업경영에 좋은 것이라면 강제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나설 터인데 이처럼 인색한 것은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숱한 미사여구가 실제로는 허구(虛構)이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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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것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 시장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을 시장에만 맡길 경우 근로자나 협력업체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등 공익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를 바로 잡고 착한 기업시민으로 사회에 공헌하도록 함으로써 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시장경제를 훼손하거나 사유재산제도 및 경쟁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런 주장은 사실상 기업의 이윤 추구가 주주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가장 잘 돌본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오해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질 좋은 물건을 값싸게 생산할 때 사회에 올바르게 공헌하게 된다.

시장이 경쟁적이며 기업이 경영을 투명하게 한다면 법을 어기고 소비자ㆍ투자자ㆍ근로자ㆍ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할 수 없다. 결국 돈 잘 벌고 경쟁력 있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누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이해관계자들과 스스로 좋은 관계를 지속한다. 기업의 이타적 봉사나 기업 팔 비틀기보다 돈을 벌려는 이윤 동기가 사회공헌에 더 잘 기여한다는 이야기다. 기업윤리나 사회공헌을 내세워 기업에 또 하나의 준조세 부담을 주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공익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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