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달콤한 서민정책, 부실 잉태하나] <2> '반값' 생색에 기대만 부풀린 보금자리

극소수 당첨자만 '로또 행운'… 대다수 서민엔 '희망 고문'<br>'보금자리 올인' 대기자들 탓에 매매시장 위축·전세난만 부채질<br>공급책 맡은 LH도 빚더미 '허덕' 정부 2년만에 공급계획 등 번복

이명박 정부 주택정책의 트레이드마크인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소수에게는 '로또 당첨'의 영광을 안겨 준 반면 대다수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 이라는 한숨을 짓게 했다. 지난해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첫 사전예약 때 신청자들이 서울 개포동 SH공사를 방문,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경제DB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3년차 신혼인 A씨는 지난해 서울 강남 세곡지구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됐다. 수십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그는 입주까지 총 5억원에 달하는 분양가 마련이 만만치 않지만 절대 이를 중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분양가가 시세의 절반 밖에 안되는 '로또' 분양권이어서 당첨만으로 자산을 두 배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버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든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곳은 '보금자리주택'이었다. 올해 초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인 서울 강남 본청약 일반공급에서는 불과 94가구 공급에 무려 2,023명이 신청, 2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54대1, 생애최초 공급은 38대1 등 특별공급에서는 더 높은 청약률을 나타냈다.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유독 강남권 보금자리주택만 높은 인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막대한 시세차익 때문. 강남 세곡ㆍ서초 우면지구 보금자리는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대로 주변 아파트 평균 매매가 3.3㎡당 2,500만~2,600만원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당첨과 동시에 전용 84㎡ 기준으로 약 5억원의 시세차익으로 거두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간 건설사들의 공급 물량은 줄고 보금자리주택만 쳐다보고 있는 주택매매 대기자들 때문에 매매 시장은 얼어붙었다. 전세난은 촉발됐고 내로라하는 중견 건설사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워크아웃의 길을 걸어야 했다. 막대한 빚을 내가며 보금자리 공급책 역할을 떠맡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빚더미에 허우적댔다. 결국 정부는 보금자리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대대적인 정책수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극소수에만 '로또 아파트', 나머지에는 '희망고문'=그러나 실제로 무주택자라 해도 '로또 아파트'에 당첨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되면 좋지만 결국 바늘구멍 같은 당첨 확률에 실망감만 안게 되는 '희망고문'이다. 보금자리주택은 특별한 '무주택자' 몫이 대부분이다. 유주택자는 물론 '평범한' 무주택자에게조차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의 67%는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 가구, 고령자, 3자녀 가장, 국가유공자 등 특별공급 대상자에게 돌아간다. 보금자리주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복지 아파트'에 더 가깝다. 저출산 고령화, 빈부 양극화, 심지어 탈북 주민 이주 문제까지 정부가 맡아야 할 온갖 복지 문제까지 보금자리주택에 담아낸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보금자리주택이 일부에만 허락된 '로또' 아파트임에도 대다수 주택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바꿔버렸다는 점이다. 보금자리주택은 애초에 기존 주택시장과는 공급 체계가 다르다. 민간이 사실상 접근할 수 없는 헐값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짓는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가에서 높게는 60~70%에 달하는 땅값이 다르니 민간택지 아파트와는 경쟁 자체가 안 되는 구도다. 그럼에도 보금자리주택은 민간 분양아파트에 모조리 거품이 끼었다는 인식을 수요자들에게 심어줌으로써 민간 건설사의 아파트를 기피하고 보금자리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보금자리 주택 분양가가 일종의 준거점 역할을 함으로써 그보다 비싸면 무조건 거품이 끼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실패한 보금자리 정책 결국 2년 만에 번복="정책 신뢰성 측면에서 국민 여러분께 염려를 끼친 측면이 있습니다." 최근 보금자리 주택 축소를 공식 발표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불과 몇 개월 만에 공급 계획을 번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답한 말이다. 정부는 28일 '2011 주택종합계획'을 통해 보금자리주택 정책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올해 공급물량을 기존 21만가구에서 15만가구로 대폭 축소하고 소형ㆍ임대 아파트 위주로 재편했다. 분양가 인상도 딜레마다. 정부는 '로또 아파트' 논란을 피하기 위해 분양가를 시세의 85%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다. 이 경우 경기 과천, 강일지구 보금자리의 경우 3.3㎡당 1,500만원선 안팎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 로또 아파트의 부작용을 줄였지만 서민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지는 셈이다. 보금자리주택은 서민들에게 싼 값에 인기지역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추진해온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민간의 역할을 공공이 대체하면서 결국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초기부터 보금자리주택의 문제점에 대해는 예견됐던 일"이라며 "보금자리주택에 접근할 수 없는 일반 수요자들은 위축된 민간 시장에서 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집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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