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中 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

"쓰촨성 전체가 공사장"… 中 차세대 성장축 도약 '날갯짓'<br>정부 2조위안 투입 신도시등 인프라 건설 '大役事'<br>건설관련 산업 급성장·청두항 건설로 물류개선 기대<br>JP모건·패커드등 글로벌 금융·제조社들 진출도 활발

중국 서부대개발의 핵심지역인 충칭시에서 진행중인 춘탄항 확장공사 현장. 수 많은 덤프트럭들이 흙더미를 바쁘게 실어 나르고 있다.


14일 중국 서부대개발의 시작점인 충칭시 통리앙 진롱 공업단지. 이 곳에 들어선 중견 시멘트회사인 진장레미콘은 올 하반기 들어 시멘트 공장을 밤낮 주말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풀 가동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충칭시를 포함해 인접한 쓰촨성에서는 사상초유의 대역사(大役事)라 불릴 정도로 신도시, 주택, 도로 등의 인프라 공사가 한창이다. 이러다 보니 기존의 철강, 시멘트 공급 구조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진롱 단지에서 엘리베이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권오철 웨스트 엘리베이터 사장은 "충칭을 위시해 쓰촨성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내수경기 부양책에다 지난해 지진 이후 엄청난 인프라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성 전체가 공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진으로 마을 자체가 붕괴한 두장옌, 멘양 등에는 폐허 위에 새로운 신도시가 세워지며 기초 건설 원자재부터 엘리베이터에 이르기까지 사상 유례없는 속도의 내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을 세계경제의 슈퍼파워로 우뚝 서게 했던 상하이 등 연안의 경제발전 변화 바람은 최근 들어 중국 내륙의 서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축은 바로 시안-충칭-청두를 잇는 서부 삼각 경제권이다. 이 경제권은 단순한 지역 개발 차원을 넘어 향수 수십년에 걸쳐 서부로, 서부로 진군하며 티벳의 라사까지 진행될 중국 정부의 서부 대개발의 시발점이자 핵심지역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에서 내수 주도형 성장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이 곳 서부 경제권이 새로운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붇는 4조위안(5,860억달러)의 절반 가까이가 서부 대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4조위안은 지난 2003년 당시 중국 정부가 증시 폭락 등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쏟아부은 4,000억위안의 10배 가까운 엄청난 수치다. 이 같은 대규모 재정 투자에 힘입어 요즘 서부 경제권은 중국 경제 성장을 선도하는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맥쿼리 증권의 닉 로드 금융부문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성장 축이 서부로 이동하고 있다"고 단적으로 표현했다. 이 지역 기업들의 성장세는 거의 '빛의 속도'이다. 일례로 시안 외곽 공업단지에 소재한 시멘트 회사인 웨스트 차이나는 지난 달 세계 유명 경제잡지인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성장 잠재력있는 아시아 200대 중소기업에 선정됐다. 이 회사는 올해 순익이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7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9년 상반기 서부지역의 성장률도 눈부실 정도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 등 동부 지역과 달리 이 곳은 중국 평균인 7.1%의 2배 가까운 지역이 등장하는 등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쓰촨성이 13.5%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충칭시가 12.5%, 인근의 산시성이 11.8% 등으로 고공 행진중이다. 서부지역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천문학적 규모의 고정자산 투자. 중국 정부는 그 동안 서부 지역 성장의 걸림돌이었던 도로 항만 등 물류 인프라 구축에 수조위안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당장 올해에만 쓰촨성에 1조2,000억위안을 비롯해 충칭시에도 4,800억위안이 투입돼 교통 인프라, 에너지, 지진 복구 등에 쓰인다. 권오철 사장은 "서부 대개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워낙 도로 다리 등 인프라 구축 계획이 방대하다 보니 건설업은 물론이고 굴삭기 제조 등 관련 산업이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중국 경제 사령탑인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09년 서부대개발 중점공사 계획'을 통해 청두와 충칭을 중심으로 서부지역에 철도 및 고속도로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2010년까지 청두에서 1,000톤 규모급의 대형 선박이 상하이까지 직항할 수 있도록 내륙인 청구 인근에 대규모 청두항을 건설하는 대역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청두항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번 계획은 청두에서 120km 떨어진 러산시에 위치하며 총 면적이 1,800만평방미터에 달한다. 이것이 완공되면 청구의 고질적인 물류 문제가 해소되며 서부 경제권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서부권의 고속성장 매력에다 대규모 인프라로 물류 흐름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제조ㆍ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서부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 양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가 지난달 청두에 첫 지점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금융시장 공략에 나섰다. 충징의 한 업계 관계자는 "충징과 쓰촨성 등 서부 경제권은 자동차 등 기계공업, 기초 화학 산업에서 엄청난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이들 산업과 함께 이들을 후방에서 지원하기 위한 금융산업도 커질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휼렛 패커드와 대만계 폭스콘 그룹이 합작해 충칭에 연간 2000만대 규모의 노트북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충칭시는 2012년에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전자산업을 현재의 자동차-오토바이 산업을 대체해 지역 내 최대 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 동부의 1인당 평균 연간 소득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하이의 1만500달러를 비롯해 5,791달러. 서부 지역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수출에서 내수, 연안에서 서부 내륙으로의 또 다른 거대 실험을 진행하면서 이 같은 소득 판도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청두시를 충칭시와 함께 '도농 통합개혁 시험구'로 선정한 데 이어 지난 5월 국무원이 '청두시 도농 통합 개혁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근거해 청두를 2020년 1인당 평균 소득 1만5000달러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7억명이 넘는 농민중 대다수가 집중돼 있는 서부지역의 대개발을 국가의 운명을 걸로 추진중이다. 갈수록 커지는 도농 격차, 지역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지며 국가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