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회갈등 해법 보여준 군산 송전탑 합의

연말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새만금에 송전탑을 건설하려는 한국전력과 이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6년여 갈등이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새만금 지역주민과 한전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를 수용하는 조정서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해 봄부터 중단된 새만금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노선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주한미군의 회신 결과가 나오는 내년 봄쯤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잠정안이지만 이번 합의는 대립과 반목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초래되는 각종 갈등 현안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선례로도 삼을 만하다.


핵심은 역시 진정성이 담긴 대화를 통한 양보와 타협이었다. 합의 결과는 이렇다. 한전은 미군이 대안 노선을 받아들이면 대안 노선을 따라 공사를 진행하고 반대로 불가 회신이 오면 당초 계획된 노선으로 송전탑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어떤 회신이 오든 공사 추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역주민이나 한전이나 각각 한발짝씩 양보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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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송전선로는 새만금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30.6㎞에 이르는 군산변전소∼새만금 변전소 구간에 송전탑 88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군산시와 한전은 2008년 12월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14.3㎞ 구간에 송전탑 42기를 설치했지만 나머지 구간 송전탑 46기는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지역주민들이 권익위에 중재를 요청하면서부터다. 편향되지 않은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 권익위의 중재 노력도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주민 스스로 중립적인 국가기관에 중재를 요청하고 그 결과까지 수용한 결단은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로 평가된다.

주민들이 외부세력 연대 제의를 거절한 채 스스로 문제해결에 나선 소신은 더 돋보인다. 그동안 사회갈등 현안 곳곳에 끼어든 외부세력은 중재와 조정은커녕 갈등구조를 증폭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양 송전탑 사업만 해도 반핵단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면서 해법이 더 꼬이고 말았다. 새만금 주민들도 밀양의 사례를 밟았더라면 갈등 종식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는지 선뜻 자신이 안 선다. 새만금 주민들의 대승적 결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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