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문화 프로슈머 시대의 안철수

캐나다 출신 가수 저스틴 비버(17)는 현재 전세계 10대들 가운데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인물이다. 비버는 지난 2008년 유튜브에 그의 공연 동영상이 올라와 유명해진 후 3년 만에 연간 5,300만달러(약 567억원)을 벌어들이는 스타가 됐다. 처음에 기존 음반사들은 "소년 가수 시장이 없다"며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비버의 노래와 춤 실력은 소셜 네트워크(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정규 앨범이 나오기도 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그의 일대기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 속에서 비버의 어머니는 아들의 인기에 대해 "저스틴의 팬들은 음반사가 아니라 자신들이 이 가수를 키웠다는 자부심 때문에 충성도가 높다"고 분석한다. 비버의 폭발적인 인기를 보면서 떠오른 단어는 '문화 프로슈머(prosumer)'다. 기존의 제작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보다 소비자 자신이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소속감'이 더해지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로열티는 커진다. 이달 초 방문했던 일본에서 만난 한류 팬들은 문화 프로슈머의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보여준 사례였다. SNS로 한국 가수와 음악을 접한 그들은 SNS로 세를 결집해 하나의 영역을 구축하고 자체적으로 관련 상품까지 생산해내고 있었다. 일본 내에서 커지고 있다는'반한 감정'은 그들에게는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추석 연휴 동안 가족 친지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였을 최근의 '안철수 신드롬'도 문화 프로슈머의 틀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기성 정치권 인물이 아닌 안철수 교수는 대중이 발굴하고 검증한 콘텐츠라는 자부심이 더해지면서 대중의 충성도도 그만큼 높은 것이다. 하지만 대중이 제작에 참여한 콘텐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배신감도 그만큼 커진다. 대중은 끊임없이 그들을 검증해 자신의 콘텐츠가 제대로 크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콘텐츠가 문화 프로슈머의 충성을 지속적으로 끌어낼만한 근거를 계속해서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들의 열정은 타오른 속도만큼 빨리 식어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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