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강남 사람들의 '강남 성역화'

"재건축 후 일부 가구에 부분임대 세입자들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딸 가진 학부모 입장에서 걱정스럽습니다. 어떤 이상한 사람들이 들어올지 모르는 거잖아요." "단지에 부분임대 가구를 짓는다니 기가 찹니다. 서울시가 우리의 개포 주공을 서민 아파트 단지로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최근 들러본 서울 강남 개포주공 1~4단지 재건축 조합원 비공식 간담회에서 기자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부분임대 세입자를 '잠재적 범죄자'취급하고 임대세입자들과 "교류조차 하기 싫다"는 발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부분임대주택은 아파트 한 가구에 출입문을 2개 만들고 벽 등을 통해 방을 분리해 집주인이 세를 놓기 쉽게 만든 가구 형태를 말한다. 한 단지 조합 추진위원장이 "지구단위 계획에서 부분임대 건축에 대한 서울시 지침이 포함됐고 부분임대를 원하는 조합원들도 있다"고 설명하자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전체 투표를 해서 '부분임대 거부'를 확실히 하고 서울시를 압박해야 한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누구든 자신의 재산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분임대 가구가 아파트 평판 추락, 집값 하락을 초래하는 것이 명약관화하다면 격앙된 반응에 손가락질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건축도 안 한 부분임대 가구에 대한 강남 재건축의 우려는 '기우'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세를 놓아 수익을 얻으려는 집주인과 좋은 입지에 들어가고자 하는 세입자의 수요를 고려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부분임대에 대해 "단 한 채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은 '포비아'(phobia), 즉 '비합리적인 공포'에 가깝다. '강남 특별시'라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주민들 스스로 강남에 성벽을 쌓고 부(富)의 수준이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은 '자만'에 불과하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한 건설회사의 철 지난 광고 카피를 맹신하는 것일까. 당신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 '강남 요지의 고급 아파트 주거'만은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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