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국경제 속병 치유할 과학기술

권혁동 서울과학기술대 기술경영대학 교수


권혁동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1)


지난 여름방학 기간에 일본 홋카이도를 방문한 필자는 그 지역 슈퍼마켓들이 적지 않게 문을 닫은 모습을 목격했다. 땅은 넓은데 고령화로 구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식당·택시·가게·공사장 등에서 일하는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병원 등은 인력이 모자라 외국인을 다수 고용하고 있었다.


獨 기술혁신 효과로 경제 토대 탄탄

일본 엔화의 양적완화 때문인지 현지 물가는 서울에 비해 비싸지 않게 느껴졌다. 음식·생필품·공산품 가격이 저렴했다. 도요타자동차가 올해 세계에서 차를 가장 많이 팔았다는 뉴스도 접했다. 엔저 영향이 크고 소비세 인상 전 사재기도 한몫했다. 구매력 감소에도 나름 돌파구를 찾아가는 일본 경제와 잘 나가는 일본 기업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세계 경제위기의 끝자락에서 한국은 힘이 부친다. 일부 통신업체는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금융권도 증권사를 중심으로 소리 없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회장 부재에 따른 후계구도와 시장환경 악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SK·한화·CJ·효성 등 대기업 총수들은 현재 복역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신규 투자와 사업조정은 어렵게 보인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사회 전 분야의 적폐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사건이다. 우리 사회에 큰 회의감과 무력감을 남겼다. 정부는 무능했다. 정치는 국민에게 외면받고 우리 경제는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리더십은 사라지고 산업은 추진동력을 잃고 있다. 공직기강은 무너지고 있고 기업은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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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많이 투입하려 할 것이다. 이는 도로·철도·공항 등의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쓸 것이다. 하지만 기술혁신을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효과가 높다.

제조업 우위가 확고한 독일은 기술혁신을 위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통일의 혼란기에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독일의 대표적 공공연구소인 프라운호퍼연구소 인원을 거의 배로 늘렸다. 그 덕분에 기술력이 향상돼 글로벌 위기 때에도 경제는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 창조경제를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얘기하는 사람도 멋쩍어하는 지경이 돼버렸다. 그렇지만 창업하기 쉽고 쑥쑥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좋은 기업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도 많이 내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갖춘 이들이 어렵지 않게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들에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달려 있다.

연구개발 지원 늘리고 효율 높여야

18조원을 상회하는 내년 연구개발 예산에 기대를 건다. 이 예산이 잘 편성되고 심의돼야 한다. 금액도 늘리고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관련법령도 빨리 업그레이드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시간을 놓치면 기회의 창은 열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오는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서둘러 선진경제로 발전할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혼란기일수록 미래를 생각하며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공짜 선심으로 망한 나라는 너무 많다. 기술개발 투자가 가장 바람직하다.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이 강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다. 미래는 우리가 주춤거리며 표류하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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