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 Stroy]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

"돈은 항상 부족한 것… 나눔·사회봉사로 욕심 채우죠"<br>미팅 주선해 돈 벌어 대학때부터 사업수완<br>M&A에 능통… 올해도 2~3곳 인수 계획<br>코피온 회장 맡아 봉사활동 세계로 뻗쳐



지난 1960년대 후반의 어느 추웠던 겨울. 20대 사회복지학도였던 김종섭(63ㆍ사진) 삼익악기 회장은 정신지체아동 보호시설로 봉사활동을 갔다. 그가 처음 직면한 것은 젊은 여직원이 지체아들의 속옷을 모아 빨고 있던 모습이었다. 세탁기도 마땅히 없던 시절, 하루에도 수 차례 얼음장 같은 물에 빨래를 해야 하는 여직원의 손등은 거북이등처럼 갈라지고 딱딱했다. "헌신적인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천사 같다는 느낌까지 받았지만 한 사람의 헌신으로는 근본적인 도움에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 지원하든지 정책을 체계화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지요." 김 회장은 당시의 충격을 되새기며 돈을 버는 쪽을 선택했다. 평생 돈벌이의 목적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그에게는 남다른 사업수완이 있었다. 그는 대학시절 학과 친구들의 미팅을 주선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해냈다. 미팅에 참가하는 학생들로부터 참가비를 걷고 장소를 빌려 제공했다. 빵과 음료는 저렴한 주변 상점에서 직접 구매해 공급단가를 낮췄다. 미팅 중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리고 흥을 돋우기 위해 기타를 치는 지인을 불러 옆에서 연주하게 해 고객만족도를 높였다. 그는 당시 1년에 10번가량 미팅을 주선하고 당시 가정교사 이상의 수입을 얻었다고 한다. 김 회장의 사업은 1979년 스패코를 창업한 후 곧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김 회장은 "중동에 건설 붐이 일면서 아스팔트 플랜트가 국내 건설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외로 나가게 됐다"며 "수출을 시작하면서 해외를 돌다 배차 플랜트 등 국내에 없는 또 다른 사업 분야를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인수합병(M&A)은 김 회장의 전문 분야 중 하나다. 김 회장이 지금까지 인수했던 회사는 국내외를 통틀어 5개다. 2002년 삼익악기 인수 이후 독일의 자일러와 벡스타인,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피아노 업체로 꼽히는 미국의 스테인웨이의 지분 31.8%를 획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김 회장은 "시야를 해외로 넓히면 인수 대상도 많고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늘어나게 마련"이라며 "올해도 2~3개의 기업인수를 구상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회장의 M&A 과정은 은근하지만 직접적으로 진행된다. 그는 브로커를 활용하기보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끼리 직접 만나 담판을 짓는 방법을 선호한다.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고 교류하던 회사가 매각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CEO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당신 회사에 관심이 있다. 투자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의사를 전달하고 돌아온다. 김 회장은 "평소 우리 회사와 나를 알고 있던데다 직접 의사를 전달했으니 인수자후보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M&A 노하우를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은 그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M&A 귀재' 등 본인의 능력을 높이 사는 수식어는 한사코 사양한다. 단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지켜보는 일을 했을 뿐 운이 좋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운이 따르는 경우도 있다. 최근 멕시코에서 가동을 시작한 스페코윈드타워도 그렇다. 스페코윈드타워는 지난해 스페인계 풍력업체로부터 테스트 물량으로 석달간 총 10개의 제작주문을 받은 후 다시 30개, 60개 등으로 주문량을 늘려가고 있다. 신생 타워 업체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소량의 주문부터 시작하는 수요업체의 전략이지만 스페코윈드타워 입장에서는 불량품 양산의 위험을 줄이고 생산경험을 쌓으며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사실상의 첫 매출이 발생하는 올해 스페코윈드타워는 미주지역에서만도 1억5,000만달러의 성과를 전망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성장과정은 수익이 발생하는 순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일 뿐"이라며 "사회복지에서는 이를 두고 '사회가 내게 돈을 벌게 해줬다'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언제든 사회로 되돌려줄 수 있다는 마음자세다. 2006년 예순이 되면서 실제로 그는 바쁜 사업일정으로 가슴 속에 접어뒀던 맨 처음 꿈을 다시 들추기 시작했다. 바로 기부와 사회봉사다. 김 회장은 최근 2년간 모교인 서울대에 총 50억원을 기부했다. 기부하면서 내건 조건은 기부금으로 아프리카 등 해외의 젊은이들이 각 나라에서 교육의 기회를 갖도록 도와주라는 것이었다. 그는 사회봉사도 '글로벌'을 무대로 한다. "한국에서 100만원이면 누군가를 돕기에 부족한 돈일 수 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10명의 어린이를 1년 동안 먹일 수 있다"며 "사업과 마찬가지로 사회봉사도 세계로 눈을 돌리면 더욱 많은 기회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김 회장은 아이티에 고아원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던 중 필생의 꿈을 이룰 기회를 맞았다. 손병두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이사장의 뒤를 이어 해외봉사 NGO인 코피온의 3대 회장으로 취임한 것. 올 초 손 이사장이 김 회장을 찾아와 코피온 회장직을 부탁하자 그는 두말 않고 수락했다. 김 회장은 "비종교 해외봉사단체인 코피온은 젊은 시절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 가졌던 필생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며 "임기는 3년이지만 종신회장을 할 테니 회장직을 넘보지 말라고 코피온 이사진에게 일러뒀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코피온을 통해 기업과 도움이 필요한 해외 곳곳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생각이다. 현재는 예전에 구상했던 아이티에 고아원을 짓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50개 기업이 50군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김 회장은 삼익악기ㆍ스페코ㆍ스테인웨이 세 군데의 회사로 참가한다. 그는 "돈을 벌고 일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왜 돈을 버는지 마음속에 새겨두고 잊지 않는 것"이라며 "사업하는 이에게 돈이란 항상 부족하며 그 목적을 미루다 보면 언젠가는 시간까지 부족해진다"고 전하며 활짝 웃었다. ● 김종섭 회장은 ▦1947년 서울 ▦1970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1979년 스페코 대표이사 ▦1992년 서울대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1997년 서울대 공대 최고전략과정 수료 ▦2002년 삼익악기 대표이사 회장 ▦2002년 독일 벡스타인피아노 인수 ▦2009년 독일 자일러피아노 인수 ▦2010년 미국 스타인웨이사 최대주주 ▦2010년 코피온(COPION) 회장, 자광재단 이사
삼익악기, 美 스타인웨이 최대주주로

지분 31.8% 보유…브랜드파워 활용 사업영역 확장 계획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피아노업체인 스타인웨이 지분 16.5%를 인수했다. 이후 지분율을 늘리며 삼익악기는 현재 스타인웨이 지분 31.8%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내 대표 악기업체인 삼익악기가 세계 대표 악기업체를 보유하게 된 셈이다. 스타인웨이는 음악 애호가와 연주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피아노다. 일부에서는 "바이올린에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있다면 피아노에는 스타인웨이가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실제로 현재 전세계 연주회장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음악의 98%가 스타인웨이로 연주되고 있다. 김 회장은 스타인웨이의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활용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가장 염두에 두는 분야는 와인이다. 스타인웨이의 브랜드 이미지와 최고급 와인을 접목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보르도 지방의 와이너리와 공동으로 최고급 수준의 '스타인웨이 와인 셀렉션'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와인 모두 삶의 질과 관련된 제품인 만큼 연계성도 높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스타인웨이가 미국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만큼 외국인 주주의 활동이 섣부른 개입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스타인웨이의 브랜드 이미지와 미국인의 감정을 배려할 수 있는 범위에서 여러 분야로 브랜드를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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