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10시 55분께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위치한 금융연수원 본관 2층 복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손에 들린 스마트 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휴대전화 화면에 뜬 아홉 글자를 본 뒤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 화면에는‘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쓰여 있었다.
대변인 행정실 문을 잠근 채 안에서 박 당선인과 통화한 그는 약 5분 후 “15일 오전 11시 2차 주요 인선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당선인과 통화하기 전 그는 인선 발표 계획을 전날 알릴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당선인의 통보를 받고 브리핑 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전 박 당선인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면 상대방의 전화에는‘번호정보없음’이 표시됐다. 이 때문에 친박근혜계 인사 사이에서는‘번호정보없음’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긴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당선인 신분으로 바뀐 뒤 휴대전화 표시는 바뀌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장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는 비서관의 휴대전화를 통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다만 전화번호는 극비 사항이다. 이 때문에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걸기 보다는 당선인이 전화해 필요한 사항을 묻거나 업무 지시를 내린다.
박 당선인의 전화를 받는 상대방의 반응도 화제다. 인수위의 한 인사는 최근 점심을 먹다 휴대전화에 당선인 이름이 뜨자 자리에서 일어나 옮긴 뒤 방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새누리당의 한 측근 인사는 기자 여러 명과 있다 당선인의 전화를 받자 나가는 문을 찾으려 헤맸다.
인수위원 인선 보안이 풀린 것도 당선인의 통화에서다.“(인수위원 후보자인) 이혜진 동아대 로스쿨 교수의 평판을 알아봐 달라”는 박 당선인의 전화를 받은 김용준 위원장이 귀가 나빠 큰소리로 되묻는 과정에서 이 교수의 이름이 흘러나간 것. 방음이 잘 되지 않은 김 위원장의 자택 밖에 있던 한 기자가 이를 듣고 보도했고, 김 위원장은 당선인에게“문제가 생겼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당선인의 보안 원칙이 휴대전화 사용 습관에도 담겨 있다 보니 그의 전화를 받는 사람들도 남들에게 알려지길 꺼려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