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동아시아 경제패권 경쟁] 갈등-협력 오가는 美·中 관계

아시아지역 패권 놓고 대립속 전략경제대화로 화해 모색도


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경제적 측면의 위협 때문이 아니다. 미국이 한층 가까워진 한미 동맹을 계기로 아시아 개입을 강화할 것이라는 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은 사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등 중동 문제에 발이 묶여 아시아에 그렇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6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처음으로 아시아안보협의체인 아시아안보포럼(ARF)에 참석해 중국과 아세안 국가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 미국도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은 대만과 티베트 문제 등과 함께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여러 번 천명했고 당시 클린턴 국무장관의 참석을 사전에 통보 받지 못했던 터라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지역 패권주의와 미국의 글로벌 패권주의가 격돌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밖에도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문제,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영토 분쟁 등을 놓고 미국과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립 구도 속에서도 양측은 매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왕치산 중국 부총리 등 고위급이 대거 참가하는 전략경제대화를 열면서 화해와 협력을 모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급변하는 글로벌 질서에 맞춰 경제ㆍ군사적으로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선진적인 내부 선거 시스템이 없고 권력 구조의 불투명성이 많은 중국을 어디까지 신뢰할 것인가 하는 내부 고민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최강의 군사대국인 미국의 국제 질서 주도를 인정하면서도 사상 초유의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고 달러화의 막대한 양적 팽창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미국과 어느 시점까지 공생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싸여 있다. 3조2,000억달러의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 중국은 1조달러 가까운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 국채 가격 폭락이 보유 자산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달러화 외에 다른 자산의 비중을 높이려 해도 마땅한 대체 투자 수단이 없는 것도 운용의 한계다. 최근 재정 위기에 빠진 유럽연합이 중국에 투자를 해달라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유럽의 구제금융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할까 잔뜩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측한 저서 '화폐 전쟁'으로 유명한 쑹홍빙 환구재경연구소장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 의도는 진짜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위안화 절상을 압박함으로써 중국의 미 국채 매입을 이끌어내기 위한 술책"이라고 단정했다.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질서를 위해 서로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의 한계 때문에 상당 기간 대립과 협력의 국면을 반복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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