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英 금융규제 강화해야

영국 정부가 지난 20일 영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소매금융과 투자은행(IB) 업무 분리 및 자본확충을 골자로 하는 금융규제안을 밀어붙이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은행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HSBC와 스탠더드차터드는 존 빅커스 경이 고안한 금융규제안이 시행될 경우 런던을 떠나 주요 지점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빅커스 경의 규제안에 따르면 영국 모든 은행들은 핵심자기자본비율(Tier-1)을 7%로 맞춰야 한다. 이들 두 은행은 이 같은 규제안이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위원회가 제시하는 바젤 Ⅲ 권고안보다 더 강도가 높다며 볼멘소리를 해왔다. 영국 정부는 결국 대형 은행들을 달래기 위해 하루 만에 유화책을 제시했다. 조지 오즈본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 은행들이 납세자들의 혈세로 구제금융을 받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해외 지점에 한해서 금융규제안이 전면 적용되는 것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영국 은행들은 이 같은 유화책도 뿌리치고 있다. HSBC와 스탠더드차터드 모두 사실상 영국에서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들은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서 사업을 벌여 대부분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영국 은행들이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심사숙고 끝에 나온 금융규제안에 반기를 드는 것은 계속해서 납세자들을 볼모로 삼아 무리한 영업을 하겠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유화책이 제대로 실현될지도 의문이다. 완화된 규제안에 따르면 영국 금융감독 당국은 영국 내 은행뿐만 아니라 영국 은행들의 해외지점까지 감시망을 확대해야 한다. 금융감독에 관한 국제공조의 끈도 더욱 조여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는 금융 안정 매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았다. 우리들의 삶이 시스템상으로 중요한 은행 손에 달려 있다는 진실도 깨달았다. 영국 정부는 단순히 영국 은행들의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어서는 안 된다. 영국 정부는 견고한 금융규제를 통해 금융 안정성이 다음 세대까지 지속될 수 있도록 시스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영국 정부는 현 규제안이 미래의 재앙을 차단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납세자들도 금융권에 대한 견제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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