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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당선 판교역 1번 출구에 있는 10층짜리 상가건물 '프라임스퀘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포 분양에 나선 이 건물에는 은행과 자동차대리점ㆍ치과 등이 입점했지만 현재 3층과 8층이 공실로 남아 있다. 역 주변 상가는 평일 점심시간에도 거리는 한산했고 문을 연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ㆍ음식점도 고객의 발길이 많지 않았다.
반면 금토천을 사이에 두고 판교 중심상업지구와 마주 보고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A블록의 '우림 W-시티'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인근 직장인들이 일제히 몰려들어 지하상가의 음식점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 건물 지하의 한 한식뷔페는 하루에 1,000장가량의 식권이 팔릴 정도로 성업 중이고 33㎡ 규모의 김밥전문점의 일 매출도 200만원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동판교 상권의 양대 축인 판교역 일대와 판교테크노밸리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신분당선 개통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판교역 일대가 '무늬만 역세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가 속속 입주하고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내 상권은 풍부한 배후수요를 바탕으로 미분양 상가가 속속 소진되고 있고 입점 업체들의 매출도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판교테크노밸리는 오피스 상권이어서 기본적인 소비 수요가 뒷받침되지만 판교역은 상가 공급이 너무 늦은데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 활성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판교테크노밸리, 상가 입주율 가파르게 상승=5개 블록으로 이뤄진 판교테크노밸리는 연구용지와 연구지원용지로 나눠 분양됐다. 연구용지에는 기업 본사와 R&D센터가 입주하고 연구지원용지에는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선다. 5개 블록 중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곳은 A블록과 D블록 밖에 없다. 이에 따라 A블록에는 W-시티, D블록에는 H-스퀘어와 U-스페이스, 삼환하이펙스 등 대형 상가건물이 들어서 있다.
총 95개 점포로 구성된 W-시티는 오는 8월 말까지 1층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 모두 채워질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분양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A블록의 상주인구가 3,000명 정도인데 이달 중순 만도 R&D센터가 완공되면 9월께 7,000~8,0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면서 "한 달에 서너 곳씩 신규 점포 오픈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중심부에 위치한 H-스퀘어와 U-스페이스, 삼환하이펙스의 상가를 모두 합치면 점포수가 총 650개 정도다. 가장 먼저 입주한 H-스퀘어는 입주율이 90%를 넘어섰고 올 3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U-스페이스도 10블록 2층은 입점이 완료되는 등 빠른 속도로 입주율이 올라가고 있다. 이지역 판교벤처공인의 박영숙 사장은 "기업 입주가 계속되는데 식사할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어 점심 때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다"고 전했다.
◇판교역세권, 고분양가에 높은 임대료가 걸림돌=반면 판교역 일대는 6개 상가 건물이 완공됐지만 공실률이 80%가 넘는다. 입점한 점포를 손으로 꼽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신분당선 개통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신도시의 특성상 상권 형성이 더딘 탓도 있지만 판교역 일대의 경우 분양가가 너무 높아 세입자를 찾기 어려운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판교 중심상업지역은 3.3㎡당 5,000만~8,000만원에 분양됐으며 1층 66㎡의 경우 분양가가 15억원선이다. 이 때문에 1층 33㎡ 상가의 임대조건이 보증금 1억원에 월 500만~600만원에 이른다. 판교테크노밸리의 경우 3.3㎡당 2,800만~4,000만원선에 분양됐고 33㎡ 점포의 월세는 350만~400만원선이다. 임대료 때문이라도 상가 세입자들이 당연히 판교역보다는 판교테크노밸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 지역 멘토공인의 두영남 사장은 "현재 공사 중인 오피스텔 5곳과 주상복합 2곳이 입주하고 알파돔시티 개발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는 2015년까지는 상권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