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9월 극장가에 찾아온 2색 휴먼다큐

순천, 순천만에 기대 살아온 70대 女어부의 1년 담아

60만번의 트라이, 오사카조선고급학교 럭비부 우승 도전기 그려

순천

60만번의 트라이

<순천>과 <60만번의 트라이>. 두 편의 휴먼 다큐멘터리가 9월 극장가를 찾는다. 공교롭게도 2009년과 2007년 각각 개봉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워낭소리>, <우리 학교>와 결이 닮았다. 전작을 재밌게 본 관객들이라면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겠다.

◇새나 사람이나 똑같이 살아가는 곳... <순천>=순천만에 기대 살아온 70살 윤우숙 할머니의 1년을 뚝 떼어 담은 것이 영화 순천이다. 남자도 하기 힘들다는 뱃일을 홀로 50년이나 해온 할머니의 일상은 두 개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일의 터전인 순천만, 다른 하나는 반평생을 함께 보낸 '우리 영감'(차일선 할아버지)이다.

윤 할머니는 "나는 바다 아니면 이렇게 못 살았어. 바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라고 말한다. 비단 할머니뿐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주민의 70%가 옛날 그대로의 방식으로 바다가 주는 것만을 취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순천만의 삶은 이홍기 감독의 기획의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할머니의 지난 삶의 여정은 영화를 이루는 또 다른 핵심 이야기 줄기다. 할머니가 보여주는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삶은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암 것도 모르는' 영감도, 평생의 가난과 고단한 삶도 모두 하늘의 뜻이라 여기는 숙명론. 그러나 할머니의 숙명론은 부정적이기보다 자신의 삶에 주어진 모든 것들을 다 품어 사랑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냥 자식들을 위해 이러고 저러고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무심한 듯 당연하게 말하는 할머니의 표정에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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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먼저 보낸 할아버지를 향해 쏟아내는 사부곡(思夫曲)은 다큐멘터리만이 잡아낼 수 있는 감정의 경지다. 과장하지 않은 정직한 연출 덕에 감동은 배가 된다. 세밀하게 포착한 순천만의 그림 같은 풍광도 영화의 미덕이다. 25일 개봉.

◇60만 동포의 꿈을 위해...<60만번의 트라이>=60만 번의 트라이가 보여주는 삶은 좀 더 뜨겁다. 영화는 100년 전통 일본 고교 럭비의 성지 '하나조노'를 제패하기 위해 나선 오사카조선고급학교 럭비부의 도전기를 그린다.

재일교포 3·4세인 이들의 국적은 분단 이전의 한반도. 태어날 때부터 딱히 이쪽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쪽도 아닌 경계에 선 아이들의 일상은 외부에서 오는 차별로 자주 흔들린다. 일례로 영화는 2010년 4월 일본 정부가 모든 일본 고교생에 적용한 수업료 무상화 정책에서 조선학교 학생들만 배제한 사건을 담는다. 또 외국인 선수가 국적을 물어 '코리안'이라고 답하자 곁에 있던 한국 대표팀 선수가 '아니, 너는 일본인이고 내가 진짜 한국인'이라는 장면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니 '하나조노' 우승은 그저 좋아하는 스포츠 시합에서 승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띈다. "우리가 하는 스포츠는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일본 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 인상을 스포츠를 통해 바꿔가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다." 럭비부 감독의 말은 이 모든 상황을 함축한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밝고 활기차다. 에너지 넘치는 스포츠 장면과 한 명 빠짐없이 매력적인 인물들 덕택이다. 특히 주장 김관태가 럭비의 노사이드(No side·시합 때는 편을 갈라도 시합이 끝나면 사이드없이 함께 즐긴다) 정신을 말하는 장면은 영화의 주제 의식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심금을 울리는 명장면이다.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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