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G20(선진ㆍ신흥 20개국) 정상 회담이 글로벌 금융ㆍ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G20 정상들은 2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위기에 맞서기 위해 1조1,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추가 투입키로 결정하는 등 글로벌 경기대책과 금융위기 재발 방지 대책에 합의하면서 투자자들은 미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에서 돈을 빼 주식 등 위험자산에 일제히 배팅을 했다.
G20 합의가 당장 전후 최악의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를 구원하지는 못한다 해도 회복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충만해지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G20 합의 직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각국 정부가 힘을 합해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것은 경기 회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헝가리 태상의 소로스는 특히 각국 정상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을 늘려 동유럽 구제에 나서기로 한 것에 대해 후한 점수를 매겼다.
G20 합의로 가장 강력하게 반응한 곳은 국제 석유시장.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NEX)에서 유가는 개장 초반부터 오르더니만 G20 정상들의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급등세를 돌변했다.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한때 9.3%까지 오른 가운데 전날 보다 4.25달러(8.8%) 폭등한 배럴 당 52.64달러에 마감됐다.
유가와 더불어 경기 전망에 민감한 글로벌 주식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근 2개월 만에 8,000고지를 장 중 한때 가볍게 돌파했다. 때마침 미 상무부가 발표한 2월 공장주문이 7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 경기 바닥론이 확산되면서 상승 폭을 키운 것이다.
다우 지수는 장 막판 소폭 내리면서 전날 보다 2.79% 상승한 채 마감했다. 뉴욕증시에 앞서 폐장한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지수는 4.28% 올랐고,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 400지수도 각각 6.11%와 5.37% 폭등했다.
반면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미 국채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국채를 대거 팔아치우면서 이날 10년 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보다 0.11%포인트(4.1%) 급등한 2.77%를 기록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10년 만기 수익률이 조만간 3%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돌았다.
금 시장이 동요하긴 마찬가지다. 마켓워치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며 "리스크 투자를 기피하던 일부 투자자들이 금과 미 국채 시장을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6월물 가격은 전날 보다 2.1% 내린 온스당 908.90달러에 거래를 마쳐 900 달러 선을 바짝 위협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달러 가치를 끌어내렸다. 특히 글로벌 위기의 새로운 위협 요인인 동유럽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됨에 따라 동구권 통화가 달러 대비 2%이상 폭등하는 초 강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