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원전수주 실패의 표면적 이유는 우리나라가 자금회수에 대한 보증을 터키 정부에 요구한 반면 일본과 중국은 처음부터 이를 배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원전 운영자금 조달도 약속했다고 한다. 막강한 자금능력 앞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아쉬움을 접고 냉정히 따져보면 이번 실패는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원전수출 기대에 지나친 거품이 끼어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전을 수주한 후 한 달도 안 돼 '2030년에는 원전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원전수출산업화 전략을 급히 만들어 발표했다. 내세운 목표도 수주액 4.000억달러(약 440조원) 달성, 156만명 고용창출 등 장밋빛 일색이었다. 한국이 겨우 UAE에 처음 원전을 수출했고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 등은 모두 무시됐다. 목표라기보다는 이상에 가까웠다.
원전건설은 분명히 큰 시장이다.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기에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아무리 우리 원전기술이 경쟁력을 가졌더라도 싼 금리, 심지어 무이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일본ㆍ중국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이상만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현실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무리한 목표는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마치 유사 이래 통치권자의 최대 치적처럼 UAE 원전수주 효과를 부풀려 발표한 지 얼마 안 지나 헐값수주, 특혜금융 등 논란이 일었던 것도 원전수출에 대한 전 정권의 강박관념이 빚어낸 결과였다. 이제는 원전수출 목표도 과거의 거품을 걷어내고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 때다. 그래야 터키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