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실업계 교육의 미래

실업계 고교의 명칭이 100여년 만에 ‘특성화고’로 바뀌어 사라지게 된다. 앞으로 공고ㆍ상고 등 실업계 고교는 법상으로도 외국어고ㆍ과학고ㆍ예술고 등의 ‘특수목적고(특목고)’와 같은 범주로 분류돼 ‘명문고’로 집중 육성된다. 과거 기피대상이 되었던 실업고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서로 들어가려고 하는’ 우수 학교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안대로 실업고가 우수 명문고가 된다면 과연 이 학교의 졸업생들이 산업체의 단순 기능인력으로 취업하는 데 만족할 것인가. 지금도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대학으로 진학하는 마당에 이 학교 출신의 많은 수가 대학 입시로 전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날로 피폐되고 있는 실업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명문 특성화고의 육성은 자칫 과거 특목고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본래의 설립 목적보다는 대학 입시를 위한 또 다른 창구가 되어 입시 경쟁을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기능인력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열악한 상황에서 대학 진학이라는 유망한 길을 놔두고 굳이 조기 취업을 고집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직업교육이 잘 돼 있다는 독일ㆍ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최근 들어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유럽통합으로 경쟁의 장(場)이 광역화한 상황에서 직업학교 졸업장만으로는 유리한 일자리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노령화와 고학력화라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우리의 직업 교육이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진정 실업계 교육의 성공을 원한다면 사회적 생산 시스템의 중추인 전기기사, 배관공, 가스기사 및 일반 서비스 인력들에 대해 양호한 사회적 대우를 약속하는 노동시장의 개혁부터 우선 착수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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