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차이나 쇼크'의 여진 속에 전날에 이어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며 7개월 만에 1,920선이 무너졌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의 현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며 이제 저점 매수 기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28%(24.83포인트) 내린 1,914.55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1,92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월20일(1,918.31)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신흥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11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도 3,000억원 가까운 매물 폭탄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기관이 2,894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하락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지수가 7개월 만에 1,920선 아래로 내려가자 증권가에서는 이제 코스피가 PBR 1배 이하로 떨어지면서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의 주식비중 확대 기준선으로 12개월 후행 PBR 1배 시각을 유지한다"며 "2·4분기 말 보통주 기준 12개월 후행 PBR 1배는 코스피 1,920선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7년간 코스피가 PBR 1배를 의미 있게 밑돈 적은 없는 만큼 가격 조정은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 시점에서는 추격 매도는 자제하되 현금 보유자라면 코스피가 1,920선을 밑돌 때마다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대응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국내 증시가 중국발 쇼크의 충격에 허덕이고 있지만 기업 펀더멘털 등을 고려할 때 큰 폭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코스피지수가 어느 정도 바닥권에 진입한 만큼 부분적으로 저점 매수에 나설 시점"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코스피가 추가로 1,900선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월 저점이자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9.5배 수준인 1,870선을 지지선으로 내다봤고 대우증권은 이보다 낮은 1,850선을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신흥시장의 자금유출 지속에 따른 외국인 순매도와 국내 투자자의 로스컷(손절매) 등 수급 불안으로 일시적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투자자들의 눈치 보기가 극심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도 급감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국내 증시 일 평균 거래대금은 8조6,743억원으로 7월(11조1,763억원)에 비해 22.39%나 줄어들었다. 특히 5월(9조8,306억원)과 6월(10조1,373억원)에 이어 지난달까지 이어지던 거래대금 증가세가 이달 들어 처음 꺾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