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말연시 휴일 꿈도 못꿔요”

“신정 휴일이요? 구정 때도 못쉴 것 같습니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PCB(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인 엑큐리스(대표 김경희)는 지난 10월말부터 아예 휴일이 없다. 쏟아지는 신규 주문에 밤낮없이 공장을 풀가동하는 것도 모자라 조만간 다시 설비확충을 해야 할 판이다. 30일 오전 9시30분 엑큐리스 정문. 여러대의 화물차들이 줄지어 들어와 PCB 상자 수백여개를 앞다퉈 차에 실었다. 밤새워 생산한 이 PCB들은 경북 구미에 있는 LG전자로 옮겨져 PDPㆍ디지털TV 등에 장착된 후 미국ㆍ유럽ㆍ중국 등으로 팔려나간다. “디지털가전과 휴대폰 수출이 잘되면서 PCB업종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어요. 우리회사 수출비중이 90%를 넘다 보니까 일손이 달려 죽을 지경입니다” 생산현장을 돌며 근로자들을 독려하던 김경희 사장(53)은 두 손을 내저으며 어디 인력 좀 구할 수 없냐고 물어왔다. 실제로 엑큐리스는 당장 40여명의 생산직 직원을 충원해야 한다. 수개월 동안 2조2교대로 생산현장에 투입됐던 120여명의 근로자들이 더 이상 못버티겠다며 아우성이다. 올해 초 바로 옆 공장부지를 인수해 증축한 총 3,500평의 PCB제조공장에서는 최첨단 자동화설비들이 빌드업제품 등 PCB들을 연신 쏟아내고 있었다. 드라이필름 공정을 맡고 있는 이진학 계장(28)은 “다른 회사들은 어렵다는데 우리는 올해 100% 연말 상여금을 받는다”며 “쉴 엄두가 안나지만 여러달 동안 강행군을 하다보니 솔직히 힘이 부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생산직들만 바쁜 게 아니다. 3층 사무실의 관리과장 책상 위에는 두툼한 특근수당 명부가 쌓여 있다. 특근수당 챙겨주랴, 신규직원을 뽑으랴 새벽 2,3시까지 야근이 다반사다. 4~5명의 취업희망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옆 회의실에서 면접을 보던 장환일 관리이사는 “지난 한달 사이 40명을 신규 충원했지만 40여명을 더 뽑아야 한다”며 “충원이 다 되면 3조2교대, 주5일 근무체제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김 사장은 요즘 주문거절 접대까지 한다. 김 사장은 “며칠 전에 월 15~20억원 가량의 신규주문이 들어왔는데 거절하느라 오히려 접대를 해야 했다”고 고충 아닌 고충을 털어놨다. 이처럼 엑큐리스 생산현장이 휴일없는 강행군을 하게 된 데는 앞을 내다본 경영전략이 있었기 때문. 올 하반기 들어 디지털가전ㆍ휴대폰분야에서 PCB 공급부족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견한 김 사장은 지난해말 178억원이 넘는 신규 설비투자를 단행, 상반기에 비해 월 매출이 두배 수준인 40억원을 넘어서는 호황을 일궈냈다. 김 사장은 “신년에도 PCB는 납기를 맞추기 힘들 것”이라며 “200명 임직원들과 똘똘 뭉쳐 최대의 성장을 이뤄내는 뜻??은 한해로 만들어 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반월공단(안산)=이규진기자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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