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단체 핵심 인사들 잇단 출마 선언

법조인들이 몰려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타운. 내년 총선에도 금배지를 노리는 법조인들의 출마가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경제 DB

내년 4월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국회 입성을 노리는 변호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법조인들이 강세를 보인 만큼 19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코앞에 두고 '여의도 금배지'를 꿈꾸는 중견 변호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국내 재야 법조 단체의 양대 주축이라는 할 수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법조 단체의 맏형 격인 변협의 현직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준길 변호사(45ㆍ사법연수원 25기ㆍ법무법인 광장)와 진보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민변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황희석 변호사(45ㆍ 31기ㆍ황희석 법률사무소)가 그 주인공이다. 정 변호사는 오는 1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 동문회관에서 자전적 에세이인 '길의 노래-인생의 전환점에 서서' 출판기념회를 통해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거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으로 근무했던 정 변호사는 한나라당 광진을 공천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있지만 만약 정 변호사가 후보로 나서면 민주당의 추미애(53ㆍ14기)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추 의원 또한 광주고등법원 판사를 끝으로 정치를 시작한 법조계 인사다. 정 변호사는 "공천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국민의 뜻을 헤아려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역할을 찾겠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사흘 후인 18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온조대왕문화체육관에서 자신의 책 '직구'의 출판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 시사관련 풍자로 유명한 개그맨 노정렬(40)씨가 사회로 나서고 조국 교수가 패널로 등장해 황 변호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예정돼있다. 법무법인 광장에 잠시 머물다 시민ㆍ개혁진영에 발을 들여놓은 황 변호사는 민변에서 용산참사 철거민과 중소상인들을 위해 여러 소송을 진행해왔다. 황 변호사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선거 캠프에서 법률특보로 활동했다. 그는 '1억원 피부관리' 의혹을 제기해 나경원 후보 저격수 역할을 한 나꼼수를 변호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황 변호사는 "(지금의 정부는) 부끄럼이 없다. 정치의 일선에 있는 정치인들 중 여당은 공범이 되었고, 야당은 무기력하여 국민들의 가슴은 멍이 들대로 들었다"며 출사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 주요 법조 단체 대변인을 맡았던 이들이 정계를 향한 뜻을 밝히자 일각에서는 '결국 예상된 수순을 따라가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부 노출이 잦은 대변인직을 수락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는 해석이다. 반면 국회에서 전문성을 살려 민의를 반영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법을 다루던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국회에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맞는 당에서 전문성을 살린다면 개인과 나라에 모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23.1%가 판ㆍ검사 출신으로 너무 많다"며 총선 공천과정에서 법조인을 제외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다. 현재 한나라당 소속 의원 168명 중에 법조 인사는 38명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특수한 사회계층인 법조인들로만 채워져 있다는 비난과 함께 '법조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애칭을 얻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존폐가 흔들리는 이 시점에서 홍 전 대표의 '법조인 공천불가'발언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내년 4월 11일 실시되는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후보자들의 예비후보등록은 선거일 120일전인 13일부터 내년 3월 21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