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수출하려면 전략물자 관리부터


지난해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핵개발 의혹 관련 보고서를 발표한 후 국제사회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하는 등 다방면으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올해 3월 53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대표들이 모인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최대 이슈 중 하나도 이란과 북한 문제였다. 비록 공식 의제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많은 정상들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중단을 촉구했다.

규범 위반 땐 기업 생존에 치명타


이란의 핵개발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과 이스라엘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ㆍ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인식 제고와 수출기업의 전략물자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략물자란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전략물자란 대량파괴무기(WMD), 재래식 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개발ㆍ제조에 이용 가능한 물품ㆍ기술로 국제사회가 특별히 지정해놓은 관리대상 품목들이다.


관리대상 품목이라 해 일반 산업계와 동떨어진 품목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맥가이버'를 예로 들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용품이 그의 손을 거치는 순간 무기로 변하는 장면은 전략물자 수출관리에서 말하는 이중용도(Dual-Use)의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이중용도란 산업용품과 군용물품을 제조하는 데 모두 이용될 수 있다는 의미로 전략물자 대부분은 이중용도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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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라켓 제조에 쓰이는 탄소섬유가 미사일의 동체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고, 백열전구 필라멘트에 쓰이는 텅스텐 합금은 대전차용 포탄 탄심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전략물자로 분류된다. 전략물자라고 하면 아직도 무기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맥가이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전략물자가 우려국가나 우려집단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핵무기ㆍ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 길인 동시에 지난 2001년 9ㆍ11 테러와 같은 참사가 재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요소다. 유엔(UN)은 9ㆍ11 사건 이후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540호를 채택, 모든 회원국에 자국 내 전략물자 이전에 대한 통제조치를 강제하도록 의무화했고 전략물자 수출관리는 모든 국가가 준수해야 하는 국제규범이 됐다.

우리 수출 기업이 전략물자 수출관리 위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국내 대외무역법에 따른 형사벌이나 행정처분(7년 이하 징역이나 거래가격 5배 이내의 벌금, 3년 이내의 수출금지)을 받게 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규범 준수는 무척 중요하다. 이렇듯 전략물자 수출관리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될 만큼 영향력이 큰 국제규범으로 자리 잡았으며 글로벌 기업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필수 조건이 됐다.

글로벌 기업 지속성장 필수요건 인식을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라 우리나라도 국제기준에 따른 전략물자 관리를 위해 대외무역법을 정비하는 한편 전략물자관리원을 설립해 전략물자 판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업들이 수출관리 규범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략물자관리원은 무역 2조달러 시대를 향해, 무역대국으로의 지속 성장을 위해 국내 기업들의 전략물자 수출관리 규범 이행 편의를 제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전략물자 관리제도를 확실히 인식하고 준수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비쳐지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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