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설비투자 10년째 '게걸음'

올 2분기 20兆7,855억…환란 前 수준에도 못미쳐<br>건설투자는 내리막길로

전체 투자의 핵심인 설비투자가 외환위기 전 수준에도 여전히 미치지 못한 채 10년째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축인 건설투자도 경기 부진에 따라 내리막길로 돌아서면서 환란 전 수준 아래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의 양 날개인 설비와 건설투자가 극심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절름발이 경제가 10년 내내 계속되면서 저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 2ㆍ4분기에 전분기보다 5,000억원가량이 늘어나면서 20조7,855억원을 기록했지만 외환위기 직전 정점에 달했던 지난 96년 3ㆍ4분기의 20조8,733억원에 비해서는 800여억원가량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설비투자는 96년 3ㆍ4분기를 정점으로 그해 4ㆍ4분기 20조5,343억원으로 고공행진을 벌이다가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입고 내림세로 치달아 98년 2ㆍ4분기에는 9조7,367억원으로 사상처음 10조원 아래로 내려서기도 했다. 이후 단 한차례도 20조원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지난해 4ㆍ4분기 들어서야 20조3,548억원으로 20조원대를 기록했지만 10년 전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하강에 따라 3ㆍ4분기에도 외환위기 직전 수준을 크게 뛰어 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건설투자 역시 지난 2ㆍ4분기에 28조5,606억원으로 지난 97년 4ㆍ4분기의 29조5,504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건설투자는 외환위기 직후 24원~25조원 수준에서 계속 맴돌다가 10ㆍ29 대책이 발표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 달하던 2003년 4ㆍ4분기에 30조2,553억원으로 사상처음 3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하향세를 보이며 지난 2ㆍ4분기에는 1ㆍ4분기보다 1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신규 성장 동력 부진과 정부의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의 투자액이 외환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증가세도 아주 미미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경기 하강세와 함께 투자 부진 현상이 단시일 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로만 하는 투자 진흥책이 아니라 수도권 규제와 반기업 정서 해소 등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며 “이대로 갈 경우 투자 부진이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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