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정위는 공정하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 잡기'에 두 팔 걷고 나서면서 기업들의 비명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은 제품의 가격을 비즈니스에 따르는 수많은 변수를 두루 감안해 결정한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물가 잡기에 혈안이 된 나머지 무리한 과징금 부과를 남발하고 있다. 얼마 전 공정위가 농심의 신라면 블랙을 상대로 내린 과징금 결정은 점입가경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공정위는 신라면 블랙의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그대로 담았다'는 부분과 '탄수화물ㆍ지방ㆍ단백질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갖춘 제품'이라는 부분을 문제 삼으며 허위ㆍ과장 판정을 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논리에 허점이 많다. 일단 제품 광고를 놓고 무슨 과학 실험을 하듯 핀셋으로 이물질을 골라내려는 듯한 태도가 통상적인 상식 수준을 벗어났고 설렁탕이 표준화된 기준점이 있는 공산품인 것처럼 구는 발상도 어이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일부 언론에서조차 '파렴치한 농심'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쏟아내면서 맞장구를 치고 있는 점이다. 농심을 비판하기는 쉽다. 물가를 잡는다는 명분에 대놓고 반기를 들기 어렵고 물가 안정의 수혜 대상도 상대적으로 어려운 계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공정위의 최근 잇따른 과징금 부과 행위는 기업 잡기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만약 공정위의 이번 과징금 부과가 정당한 행위였다면 공정위는 최근 리뉴얼을 빌미로 가격을 올린 모든 식품기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신라면 블랙은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억울한 희생양이 될 뿐이다. 또 그렇게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몰아붙인 라면업체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는 이유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농심의 올 1ㆍ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공정거래 질서를 명분으로 가격 결정권을 틀어쥐고 있는 공정위는 한 치 앞을 못 보고 있다. 경영난에 몰린 기업들은 언젠가 기회가 오면 곧바로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마치 정부의 과도한 가격 단속에 책임을 물을 것처럼 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