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분야 상생특별위원회가 지난 14일 첫발을 내디뎠다. 이재화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첫 회의를 마친 뒤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성 측이 동반성장 방안을 준수하고 인력 빼가기를 자제하기로 하면서 현재 많은 문제들이 가라앉고 좋은 분위기가 유지됐다"고 전했다.
상생특위는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이 의료기기 사업을 강화하면서 중소기업의 핵심인력을 스카우트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 중소업체는 개발팀장이 회사를 떠난 데 이어 다른 개발자들마저 이직하면서 개발팀이 아예 공중분해되기도 했다.
해당 업체들의 반발에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주 영역인 중저가 디지털 엑스레이 분야에서 제품을 내놓지 않고 중소 의료기기업계의 엔지니어 등 기존 인력을 경력직으로 채용하지 않는다는 동반성장 방안을 3월 발표했다. 상생특위는 이러한 내용이 잘 지켜지는지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장치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의료기기 업종에서만큼은 인력 스카우트 문제에 관한 대ㆍ중기 동반성장이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소기업 인력 유출 논란은 비단 의료기기 분야만이 아니다. 가구 1위업체인 한샘은 최근 LG하우시스가 자사의 인사, 마케팅 분야 핵심 인재를 잇달아 빼가자 스카우트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중소 기계업계 인력 스카우트 방지'건의문을 정부ㆍ경제5단체ㆍ동반성장위원회에 전달했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경력직을 뽑을 때 프로선수와 같이 일종의 이적료를 내는 제도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적료를 매기는 기준과 방식을 매뉴얼화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직업선택의 자유에 반해 이직을 무조건적으로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적료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인력유출이란 근본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방법은 상생에서 찾아야 한다. 대기업은 무분별하게 스카우트하는 것을 자제하고 중소기업도 능력 있는 핵심인재에게는 대기업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 핵심인력이 빠져나가 중소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 경제주체 모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