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2월 1일] 금융규제의 '유령' 다시 오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는 글로벌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는 베어스턴스ㆍ리먼브러더스ㆍ메릴린치 등 거대 투자은행들을 무너뜨렸다.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체 금융시장으로 번져나갔다. 마침내 금융위기는 전세계로 확산됐다. 미국 및 각국 정부는 위기극복을 위해 거의 무제한의 유동성 공급, 제로 금리, 재정지출 확대 등 정책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는 점차 수습 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국은 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초에 미국 투자은행들은 금융기관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을 한데 묶어 거대한 자금풀(pool)을 만들고 이것을 다시 여러 조각으로 쪼개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이런 과정에서 대출담보부채권(CLOㆍ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 등 파생금융상품이 대규모로 발행됐다. 투자은행들은 CLO를 경쟁적으로 판매하며 엄청난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게다가 연방준비은행은 장기간 저금리정책을 유지함으로써 과잉유동성을 공급했다.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은 부동산ㆍ주식 등 자산 가격을 폭등시키고 자산버블(bubble)을 생성했다. 금융위기의 여건은 마련됐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금융시장에서 금융자유화ㆍ자본자유화 등 규제완화가 강조됐다. 이것만이 금융과 경제를 발전시키고 번영으로 이끄는 길이라고 굳게 믿었다. 규제완화는 선(善)이고 금융규제는 악(惡)으로 인식됐다. 금리가 자유화되고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이 확대됐으며 국가 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졌다. 규제완화는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혁신을 조장했다. 업무영역의 확대로 상업은행 업무와 투자은행 업무를 겸영하는 거대 은행들이 출현했다. 그러나 거대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은행들은 파생금융상품 등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투자에 자산을 운용해서 높은 수익을 얻지만 대규모 손실을 볼 경우 공적 자금의 구제 등으로 피해는 경제 전반에 미친다. 남미의 경제학자 디아스 알레한드로(C Diaz Alejandro) 교수는 '금융억압이 물러가자 금융위기가 온다'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도 규제완화로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훼손된 것이 원인이다. 규제완화 다음에 금융위기가 온다면 위기 후에는 무엇이 오겠는가. 금융위기의 역사를 보면 위기 후에는 재발방지를 위해 언제나 규제가 강화됐다. 가장 대표적 사례로 대공황을 겪은 미국이 1933년 글래스 스티걸법을 도입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법은 은행이 고수익 고위험의 투자은행 업무를 금지하고 1999년 폐기될 때까지 60여년 동안 미국 금융시장을 규제했다. 금융위기의 역사는 규제완화와 규제강화를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은행 규제방안은 거대 은행의 대형화와 위험투자를 규제하는 것이다. 과도한 위험투자를 제한하기 위해 은행이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한다. 고객들의 위탁거래가 아닌 은행의 자기계정 거래(proprietary trading)도 금지한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 업무를 겸하는 거대 은행들은 막대한 수익원이 사라지게 되며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게 된다. '글래스 스티걸법'의 부활이라고 하겠다. 한편 규제완화는 경쟁을 촉진한다. 이에 따라 신상품이 쏟아져나온다. 금융공학 등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파생상품이 개발됐다. 그러나 이들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위험관리의 장애요인이 돼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 정보의 불명료성ㆍ복잡성ㆍ난해함 등은 시장실패를 초래한다. 금융위기 방지를 위해 시장참여자들이 금융상품의 수익과 위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신상품에 내재한 위험을 줄이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상품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은 금융규제의 또 하나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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