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특허 매매·사업화 가능한 지적재산 생태계 구축도 병행해야"

■ 특허괴물 맞설 '한국형 특허풀' 뜬다<br>IP생태계 국내에 없어 연회비 60억 지불하며 RPX에 어쩔수 없이 가입<br>시장에 토종자본 몰리면 특허괴물 방어는 물론 활용안되는 특허 매매로 거대한 수익 얻을수 있어


"한국형 특허 풀 출범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특허 풀이 지속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지적재산(IP) 생태계가 동시에 조성돼야 합니다." 국내 A사의 IP 전문가는 "특허 풀이 성장하고 우리 기업들이 해외 특허괴물들의 공세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는 IP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특허를 매매하고 이것을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이른바 IP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같은 생태계가 국내에 없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국제특허방어펀드(RPX) 등에 매년 엄청난 돈을 갖다주고 있다. RPX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는 등 다소 부도덕한 상업행위를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RPX는 FBI 조사 받고 있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미국에서 주축이 돼 설립된 국제특허방어펀드인 RPX는 연회비가 최고 660만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최고 60억원 이상이다. 한마디로 RPX에 돈(회비)을 주면 이 기관이 특허를 매입해 특허소송으로부터 회원사를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엄청난 돈을 회비로 지불해야 하지만 RPX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회원사는 지난2010년 2월에 35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90개로 늘었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외에도 추가로 하이닉스반도체와 팬택 등이 가입한 상태다. RPX는 최근 회원사 모집과정에서 비정상적 영업방법으로 구설수에 올라 FBI의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국내 주요 기업이 RPX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라는 주요 시장 못지않게 미국의 특허 생태계가 아주 잘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특허를 사고, 팔고 또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이른바 IP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다"며 "RPX에 많은 돈을 주는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RPX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허 팔고, 사고, 활용할 수 있는 IP 생태계 구성 시급=미국의 특허 생태계는 또 다른 비즈니스로 발전되고 있다. IVㆍ아카시아리서치 등 전통의 특허괴물 외에도 이른바 신종 특허괴물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다. 대표적인 신종 특허괴물이 라운드락이다. 이 회사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로부터 미 활용 특허를 싼값에 다수 매입했다. 라운드락은 다른 특허괴물과 달리 소송도 하지 않는다. 그 흔한 경고장도 발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라운드락이 보유한 반도체 특허는 전세계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세계 반도체 회사들이 특허를 사용한 대가로 이 회사에 거액의 비용을 지불했다. 한마디로 라운드락은 미 활용 특허를 돈 되는 특허로 만든 것. 미국 반도체 회사가 보유했을 때는 사장됐지만 라운드락은 이를 거액의 돈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창의자본주식회사의 한 관계자는 "IP 생태계가 워낙 잘 발달돼 있다 보니 이 같은 신종 특허괴물이 생겨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역시 이 같은 특허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실제 보유한 특허 가운데 활용하는 비중이 10%도 안 된다. 한마디로 90%가량이 활용하지 않는 특허인 셈이다. 특허 생태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보니 그냥 사장된 채 썩고 있는 게 현실이다. IP 법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나 학교ㆍ연구소 등이 특허를 시장에 내놓고, 이를 매입하고, 다시 이를 사업화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며 "이렇게 돼야 특허시장에 더 많은 투자자금이 몰리게 되고 이를 통해 막대한 토종자본을 바탕으로 외국 특허괴물들의 공세를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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