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악화되는 수출환경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간에 경제정책 및 통상마찰이 거세지고 있어 수출환경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우선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미국 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성장은 정체되고 물가불안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의 하나인 중국이 사스충격에 휩싸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사스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장기화 될 경우 국제 무역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저달러정책도 수출환경 교란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435억달러에 이르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미국은 무역적자 개선과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저달러 정책을 시사함에 따라 유럽과 일본 등과 환율전쟁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이라크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이후 미국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저달러를 통한 수출확대가 만성적인 무역적자 축소는 물론 미국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저달러정책은 유럽연합(EU) 등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어 앞으로 주요국의 환율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국간의 통상마찰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등 12개국이 EU의 유전자변형식품(GMO) 수입 금지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이 단적인 예다.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보호주의 성향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경기침체와 환율불안, 통상마찰 고조 등 세계 무역환경이 이처럼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과 기업의 생산활동이 거의 마비되는 최악의 물류대란을 겪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출오더를 받아놓고도 선적을 못해 수출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수출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번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 아예 수입선 자체를 다른 나라로 전환해 버리는 것이 무한경쟁의 속성이라는 점에서 한번 잃어버린 수출기회를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외적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대란과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면 우리경제는 치명적인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악화되는 세계 경제환경을 직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물류대란의 후유증을 조기에 수습,수출활동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 수출의 위기는 곧 우리경제의 위기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김일섭 이화여대 경영부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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